<벽 너머 : 공포 그리고 전쟁 | 앰브로스 비어스 걸작선 23> 남자는 한 여자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만 남은 귀족이다. 귀족의 알량한 체면과 위신 때문에 사랑의 감정을 억누르고 외면한다. 그런다고 쉽게 물러가지 않는 게 사랑의 열정이라.... 사랑은 더 커진 열정으로 되돌아온다. 뜻하지 않은 곳, 벽 너머에서.
<책 속에서>
오래 전, 나는 홍콩에서 뉴욕으로 오는 도중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주일을 머문 적이 있다. 당시 동양에서 벌인 사업이 기대 이상으로 번창해 많은 돈을 벌었고, 금의환향 길에 올라 여전히 깊은 애정으로 나를 기억하고 있던 젊은 시절의 친구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지만 그 전에는 이따금씩 소식을 주고받던 몬 댐피어라는 동창이 무척 보고 싶었다. 단순히 사교적인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서로 떨어져 있는 거리가 멀수록 더 마음이 내키지 않는 법이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내 기억에, 댐피어는 잘생긴 외모에 학구열이 대단했으며, 일하기를 싫어하고 경제적 성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에 대해 전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을 만큼 막대한 유산을 상속한 친구였다. 댐피어 가는 마을에서도 가장 유서 깊고 귀족적인 가문 가운데 하나로서, 문중에 무역업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이 없고 눈에 띄는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다는 데 대해 남다른 긍지를 지니고 있었다. 몬은 약간 감상적이고 미신적인 성향이 강해서 초자연적인 주제에 탐닉했지만, 정신적으로 환상적이고 위험한 신념에 빠져들지 않을 만큼은 건강했다. 그는 과감하게 초자연적인 세계로 뛰어들었으며, 얼마간 탐닉한 세계와 영역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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