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유키> <냉혹하리만큼 간결한 문체, 분방한 상상력으로 그려낸 역사 소설>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1997), 한창훈의 『홍합』(1998), 김곰치의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1999), 박정애의 『물의 말』(2001),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2002),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 권리의 『싸이코가 뜬다』(2004)로 우리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켜온 <한겨레문학상>이 올해 제10회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신인과 기성작가를 불문하고 좋은 작품으로 독자와 만났던 한겨레문학상은, 올해 신인답지 않은 내공으로 역사소설을 내놓은 조두진의 『도모유키』를 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도모유키』는 정유재란 당시 11개월 동안 순천 인근 산성에 주둔한 일본 하급 지휘관 다나카 도모유키를 중심으로 일본군의 주둔과 퇴각(전쟁), 조선 여인 명외와의 사랑을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 『도모유키』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매일매일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 가는 전쟁 속의 사랑, 그것도 적과의 사랑을 정유재란이라는 한 시기를 빌려 신선하게 보여주고 있다. 둘째, 대개 역사소설에서 적(敵)과 아(我)는 독자의 편에서도 적(敵)과 아(我)로 나뉘지만, 이 소설은 도모유키의 편, 즉 일본군이 아(我)가 되고, 조선군과 명나라군이 적(敵)이 되는 특이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한다. 도모유키의 시선으로 전쟁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읽다 보면 조금 당황하게도 하지만, 또 다른 읽는 재미도 준다. 셋째,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리얼한 묘사와 함께 정유재란을 탄탄한 구조로 재구성하고 있다.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도모유키가 주둔했던 순천 인근 산성의 성안과 성 밖의 상황, 조선인과 일본군의 삶과 죽음, 생활 등을 영화처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넷째, 전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짧은 문장으로 긴장감과 속도감을 유지하면서 스케치하듯 그리고 있다. 형용사와 부사 배격하기, 동작만을 부각시키기, 과감한 생략법 등으로 문체의 특이성을 확보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말을 열심히 배우려는 도모유키와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자고 용기를 낸 명외의 모습은 국경과 나이, 전쟁과 시대를 뛰어넘고 있다.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명외만은 구해내겠다는 도모유키의 강한 의지와 사랑, 명외를 떠나보내고는 자신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낙오병으로 조선에 남아 명외의 집을 찾아 헤매는 도모유키의 처절한 마지막 모습은 읽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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