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영이별 영이별>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지로 쫓겨 간 단종과 비운의 왕비 정순왕후,
65년의 처절한 사랑이 김별아의 소설로 다시 태어나다!
“이 은밀하고 간절한 속삭임에 귀 기울여주실 건가요?”
파란만장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숙부의 힘에 의해 왕위를 빼앗긴 단종은 조선 초 권력쟁탈전의 희생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를 ‘영이별 다리’에서 마지막으로 배웅하고 예순다섯 해를 홀로 살아낸 여인, 정순왕후의 애달픈 이야기는 이제껏 들어본 적이 있는가?
장편소설 『미실』로 제1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김별아 작가의 2005년 발표작『영영이별 영이별』이 개정 출간된다. 청계천 영도교에서 헤어진 단종과 정순왕후의 가슴 아픈 사랑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로, 역사 속 여성들의 삶을 소설로 형상화하고자 한 작가가 첫 번째로 손꼽은 조선시대 여인으로서 작가 스스로 그녀로 화(化)하여 독백체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출간 당시 연극인 박정자가 감명 깊게 읽고 윤석화에게 제안해 모노드라마로 공연되었고, 9년 만에 드디어 박정자의 낭독콘서트 〈영영이별 영이별〉로 오는 2월 21일(금) 대중과 만난다.
혼백이 된 정순왕후가 저승으로 떠나기 전 49일 동안 한 많은 생애와 가슴에 묻어둔 사랑을 49에서 0까지 50개의 마디로 나눠 시대의 역순으로 거슬러가는 형식인 이 소설은 중종반정(1506년), 갑자사화(1504년), 무오사화(1498년), 계유정난(1456년) 등의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질곡 안에서 부조리한 삶을 힘껏 껴안으며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간적이고 포용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그 안에서는 왕들조차 천하를 호령한 지엄한 군주가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인간일 뿐이다. 작가는 한 나라의 왕으로 운명 지어져 있었기에 내밀한 슬픔과 분노조차 드러내어 표현하지 못한 이들의 속 깊은 마음을 읽어낸다.
단종의 비였다가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로 대비가 되고, 다시 노산군으로 강봉된 남편을 따라 신분이 격하됨으로써 왕후의 자리에 오른 지 2년여 만에 사가(私家)로 내몰린 주인공 송씨는,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다섯 달 만에 세상을 떠난 후 평민으로 살다 우여곡절 끝에 정업원의 비구니가 되어 65년을 홀로 보내고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부박하고 질긴 생을 끝내 살아낸 그녀는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이라는 5대 왕의 시대를 거치며 피비린내 나는 왕실의 권력투쟁을 지켜봤으며, 정사(正史)의 큰 줄기에 가려진 "사랑을 잃고 힘을 얻기에 실패"한 왕비와 공주들, 정치적 희생량이 되어 주어진 삶을 견뎌야 했던 양반가의 여인들, 자신과 함께 울어준 저잣거리의 이름 없는 아낙들 등 기록에 담기지 못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읊조린다.
작가는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인생이라도 끝내 살아내어 거대한 역사의 줄기를 똑똑히 지켜본 정순왕후 송씨를 통해 이야기한다. "삶은 수다한 이유와 목적을 떠나, 살아가는 그 자체가 이유이자 목적임을, 나 또한 그녀를 쓰고 나서야 알았다. 알아가고 있다."
기록된 역사는 ‘사랑을 잃고 힘을 얻기에 실패한’ 여인들의 삶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살아 있는 귀신’으로 지질하고 서러운 생애를 배겨낸 그녀들에게도 비밀스럽고 신비한 역사는 존재한다. 나는 침묵에 지친 그 혼백들과의 동행이 두렵기보다 흔연했다. 그들의 수다에 맞장구를 치고, 구구절절 슬픈 사연에 함께 울고, 전설이 되어버린 소문의 꿈을 꾸는 사이, 그녀들은 어느덧 나의 역사가 된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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