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외롭고 작고 쓸쓸한 오늘날 우리의 안팎을 독특한 상황과 흥미로운 이야기로 그려낸 신예 작가 박형서의 첫 소설집
이 소설집에는 지은이의 등단작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을 비롯하여, 「사막에서」 「하얀 발목」 「작별」 「K」 「하나, 둘, 셋」 「물 한 모금」 「이쪽과 저쪽」 「불 끄는 자들의 도시」 등 모두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품마다 독특한 상황과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채롭다. 인간과 다른 생물 및 자연 현상과의 병치, 생물/무생물을 가리지 않는 의인화 수법, 현실/비현실/초현실을 넘나드는 시공간 설정 들은 “대통령의 인기는 계란을 넣은 라면보다 높았다”와 같은 재치 있는 문장과 어우러져 읽는 맛을 더한다.
* 줄거리
「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주인공와 ‘나’와 그의 아내는 30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이다. 아내는 기르던 토끼가 죽자, 그 죽음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애쓰다 못해 토끼를 흉내 내기까지 한다. 그러던 아내는 자신이 기르던 토끼처럼 죽어버린다. ‘나’는 아내의 죽음을 통해 아내의 ‘외로움’에 눈뜨게 된다.
「사막에서」: 사막과 같은 현실, 또는 이미 사막보다 더한 불모지로 변한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악몽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불모지가 되어버린 현실 세계를 ‘사막’에 비유한 기괴하고 환상적인 단편이다.
「하얀 발목」: 남편은 전처와 이혼했고, 아내는 전남편과 사별했다. 아내는 표가 나도록 잠이 많은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둘은 그럭저럭 결혼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들려주곤 하는데, 어느 날 남편은 아내가 꿈속에서 본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별」: 춤, 빵, 열차, 화장실 등이 의인화되어 환상과 현실, 현실과 알레고리, 알레고리와 상징이 기묘하게 뒤섞인 단편이다.
「K」: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용모도 뛰어나고 공부도 잘했던 K와 그를 따라다니던 보잘것없는 시골뜨기의 삶이 병렬하고, 교차한다.
「하나, 둘, 셋」: 죽은 자의 진술을 통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진다.
「물 한 모금」: 발명가 양파는 ‘물 한 모금’ 마실 시간인 몇 초의 차이 때문에 발명품의 특허권이 걸린 소송에서 고구마에게 패하고 만다. 이상하게도 양파와 고구마가 발명에서 특허 등록까지의 심리적, 현실적 경험은 일치한다.
「이쪽과 저쪽」: 평범한 농부 양씨는 사소한 우연 때문에 살인자가 되고 만다. 논밭에 나갈 때, 늘 다니던 이쪽 길로 가지 않고 그날따라 저쪽 길로 갔던 것이 그 사소한 우연의 전부이다.
「불 끄는 자들의 도시」: 변기자는 Y시에 화재 상황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한 시의 소방대원들을 취재하러 왔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변기자는 영웅적인 인명 구조 활동의 이면에 식인의 카니발리즘의 흔적을 발견한다. 변기자 또한 화재 사고를 당하며 카니발리즘의 희생양이 될 것임이 암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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