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족> 가족이라는 우아한 알리바이
세련되지만 담담한 문체로 일상을 그려온 소설가 서하진의 소설집이다. 작가는 모든 관계의 발생처이면서 동시에 가장 소통의 중심인 ‘가족’을 작가 특유의 치밀한 렌즈 속에서 파헤치고 있다. 감정 없이 암에 걸린 엄마-아내를, 신출내기 소설가를, 바람피우는 아빠의 딸을, 병에 걸린 한의사의 궤적을 따라감으로서 그들이 맺고 있는 사회 속의 관계와 소통의 의미를 드러낸다.
표제작인 「착한 가족」은 이같은 면모를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한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아내-엄마인 여자의 하루를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익숙한 ''엄마의 가족을 위한 착한 희생''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조차 우리는 갖가지 가면을 쓰고 피곤한 역할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써 내려 간다. 그리고 절대적 가치인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을 맡은 아내-엄마들에게 가족은 행복뿐만 아니라 고통의 진원지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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