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강에 비친 달> “『대장경』을 무지렁이 백성들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우리 글자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바로 세종과 신미가 꿈꾸는 조선의 글자였다.”
천 개의 강에 달빛이 비치듯
부처의 가르침이 온 백성에게 드리우길 바랐던
세종과 신미 대사가 이룬 한글 창제의 진실!
조선 왕조 사상 최고의 태평성대를 구가한 왕으로 평가받는 세종. 그리고 그가 이룩한 찬란한 업적, 한글 창제. 하지만 한글 창제에 세종 외에 공을 세운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이름을 지울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고승’ 신미 대사다. 이번 한글날에 맞춰 출간 예정인 정찬주 작가의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은 한글 창제에 얽힌 비밀을 밝힌 작품으로, 조선 초 최고의 범어(산스크리트 어) 전문가이자 학승(學僧)이었던 신미 대사가 한글 창제의 숨은 주역이었음을 조명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글은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창제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실제로 집현전 학사들이 한글 창제에 주도적으로 기여했다는 기록은 『세종왕조실록』어디에도 없다. 이 소설에 따르면 집현전이 사실은 한글 창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으며, 훈민정음 해례 서문을 쓴 정인지조차 “집현전 학사들 중에 어느 누구도 훈민정음의 오묘한 원리를 알지 못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글 창제는 세종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것일까?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8년 전에 이미 훈민정음 언해본 『원각선종석보』가 발간된 것은 무슨 의미일까? 세종은 왜 문종에게 ‘우국이세(祐國利世) 혜각존자(慧覺尊者)’란 존호를 신미 대사에게 내리도록 유언했을까?
정찬주 작가는 이 모든 의문들이 “신미 대사의 훈민정음 창제라는 공을 빼버리면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범어를 통달한 신미 대사가 세종을 도와 훈민정음을 탄생시켰음을 보여준다. 소설은 수수께끼로 가득 찬 한글 창제의 진실을 야사가 아닌 정사, 즉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낱낱이 풀어나간다. 이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의 재미를 넘어, 역사적 진실에 새롭게 눈뜨게 하는 놀라운 지적 감동을 선사해준다. 소설가 조정래는 “『천강에 비친 달』은 소설적 허구가 아닌 역사적 진실의 올곧은 복원이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는 정찬주 작가가 “소설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확대시키는 동시에 지적 감동에 취하는 큰일을 해냈다.”고 평하고 있다.
『천강에 비친 달』은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유불(儒彿) 갈등과 왕권과 신권(臣權)의 대결을 비롯해 한글 창제를 둘러싼 갈등 양상과 시대상을 생생하게 구현해낸다. 특히 한글 창제에 영향을 끼친 불교 사상은 특정 종교의 한 분파가 아닌 민족정신의 중심 사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 불교가 훈민정음에 나타난 자주정신과 평등사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종과 신미가 배불숭유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의기투합해 한글을 창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모든 백성이 인간다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이룩하고자 한 뜻이 통했던 까닭이었다. 글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가엾이 여겼던 두 사람은 우리 글자를 만들어, 천 개의 강에 비치는 달빛과 같이 만백성의 고통을 어루만져 낫게 해주고 싶었고, 백성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랐던 것이다. 그들이 품었던 민본 애민 사상의 대의(大意)는 오늘날 우리들이 한마음으로 바라는 서원(誓願)이기도 하다. 600년 전에 품었던 세종과 신미의 염원이 이토록 우리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까닭은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이제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자존심, 국가의 정통성과 위신을 바로세우는 한글을 다시금 환하게 비춰줄 횃불 하나가 밝았다. 『천강에 비친 달』이 밝혀주는 한글 창제의 진실을 통해 혼탁한 시대에 역사의 주체로서 다시금 삶을 밀고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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