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시간을 찾아서>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둠이 배어든 추억을 늘 애틋하게 밝히고 있는 달. 멀리 달아나지도 증발하지도 않는 그 한결같은 달의 기운으로 지난날을 치유하며 시한부의 나날을 더 아껴 살아내고자 하는 그 남자(<달의 시간을 찾아서>). 달의 이면에서 고즈넉하게 떠돌며 옛 시간의 발끝을 흠뻑 적시곤 하는 그 여자(<달의 시간을 찾아서>).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지구에 남긴 미완성의 이야기와 그리움과 아픔과 향기가 음(音)과 음으로 맺혀 해후의 쓸쓸한 가지에 촉촉한 노래들로 피어난다.
음악은 기억을 저장하는 마력을 가졌다. 빅뱅의 영상은 우주 공간에 화광(化光)으로 남아 있고, 지구에 생존했던 생명체의 모습은 화석(化石)으로 남아 있다면, 인간의 기억은 음악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화음(化音)이라 부르고 싶다. 물론 우리의 기억은 뇌에 저장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 기억을 더듬어내고 가슴 아리게 하는 것은 음악인 것 같다. - <달의 시간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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