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찾아서>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새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부러진 날개 한 쪽 때문에 재앙이 생겼고, 그 부러진 날개를 찾아 고쳐야만 한다는 점쟁이의 말을 들은 후로 오직 날개 생각에만 매달리는 그 남자 (<날개를 찾아서>).
40대 중반의 점쟁이가 날개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익선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50여 년 전 아버지가 한 말을 되섬기고 있었다. 그러나 점쟁이 말에 대한 아내의 신앙적인 믿음과 점쟁이에게 굽신거리는 아내의 태도가 거슬려 듣는 둥 마는 둥 점집을 나오고 말았다.
“여보,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내 소원 들어줘요.”
아내는 막무가내로 매달렸다. 내가 언제 이러는 거 봤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여보, 제발……. 그래도 익선이 끄떡하지 않자 마지막엔 협박까지 해왔다.
“애 잘못되면 나도 못 살아요.”
익선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들의 교통사고가 새 날개 때문이라는 점쟁이 말을 곧이들은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아들을 살려야 했다. 그냥 그렇게 보내버리면 죄책감에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들의 운명은 이미 사람의 손을 떠나 있었다. 현대의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했다. 손닿는 곳을 모두 동원하여 미국에까지 알아봤으나 모두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식 · 물 · 인 · 간 - <날개를 찾아서>
아들을 살리기 위해 ‘부러진 날개’를 찾아서 50여 년 전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 남자, 공포나 다름없는 생사의 갈림길이었던 고향 탈출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지금의 자신을 이룬 것은 한 존재의 철저한 희생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깊은 회한에 잠기는 그 남자 (<날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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