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와 철학자

아가씨와 철학자

<아가씨와 철학자> "인생이 다 그런 거죠.
그냥 여기저기 다니며 사람들에게 키스하는 거예요."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첫 단편집

1920년대 미국 재즈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만화경처럼 그려낸‘문화적 풍향계’이자 『위대한 개츠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리고 또 다른 재즈 시대 이야기들』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의 첫 번째 단편집 『아가씨와 철학자』가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피츠제럴드가 작가로서의 정점에 이르기 전, 습작을 하며 여러 출판사에 보내어 출간을 의뢰했던 초기의 중요 작품들 대부분을 함께 묶은 단편집으로, 아직은 설익고 풋풋하지만 작가로서의 재능과 천재성만은 날것 그대로 고스란히 담겨 있는 신인 작가 피츠제럴드의 역사가 담긴 작품들이다. 첫 단편집으로 관습과 도덕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인생을 즐겼던 ‘재즈 시대’와, 환멸과 허무주의에 시달리던 ‘잃어버린 세대’를 관통하는 시대의 스케치와도 같은 여덟 편의 작품들을 수록한 피츠제럴드는 분명‘떡잎부터 다른 될성부른 나무’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1920년대 미국을 강타했던 ‘나쁜 여자’신드롬의 주인공들과
지적이지만 순진하고 무력한 ‘철학자’ 청년들의 이야기

이 작품집의 원제 Flappers and Philosophers 에서 [Flapper]라는 단어는 한 단어의 국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여러 함의를 담고 있다. 잠깐 그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Flapper / n. 미니스커트에 단발머리를 하고 재즈 음악을 들으며 여자다운 행동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관습들에 대한 공공연한 경멸을 자랑하고 다니던 1920년대의 신여성들을 일컫는 단어. 지나치다 싶은 화장과 음주를 즐겼고, 섹스를 일상적으로 다루며 담배를 피우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등, 기존 사회의 성 관념을 과감하게 타파했다. (위키 대백과)

한마디로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그 시대의 ‘나쁜 여자’들이다. 그런 여인들이 이 작품집에서는 매력적이고 자유분방하며, 반항과 도전을 일삼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등장해 모든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해방된 톡톡 튀는 젊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바다로 간 해적」의 아디타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기성세대의 가치관과 고정관념쯤은 간단히 무시해 버리는 이기적이고 못된 아이다.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제외한 모두에게 드러내놓고 적개심을 표하고, 비위에 거슬릴 때는 삼촌에게 험한 말을 하거나 읽던 책을 집어 던지는 일 정도는 예사이며, 공공연하게 자신의 자유연애관을 피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시대의 순종적인 다른 여자들과는 달리 분명한 자신만의 인생관이 있고, 스스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의무감이나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다른 모든 행동들은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멋진’ 여성이기도 하다.

이런 모습은 「얼음 궁전」의 샐리 캐롤에게서도 발견된다. 미국 남부의 발랄하고 적극적인 단발머리 아가씨 샐리 캐롤이 모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부의 청년과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을 했을 때, 그녀에게는 자신의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에 더해 더 나은 나로 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찾아 나서고자 하는 적극적인 신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

반면 열세 살에 대학입학 시험을 치르고 모든 학술 잡지에 논문이 실릴 정도의 천재지만 자신의 창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상황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는 「머리와 어깨」의 호레이스 타박스는 지적이고 똑똑하지만 결코 뭔가를 변화시키거나 진취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그 시대의 ‘철학자’들의 전형이다.

모두가 환호하는 전쟁의 영웅이었지만 어느 순간 한 달째 하숙집에만 머물며 늦잠이나 자고 일어나 수중에 14달러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하는 백수 신세가 된 「델리림플 잘못되다」의 주인공 역시 언제나 행동하기보다는 생각만 앞서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수동적인 태도로 인생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쥐여 주기만을 기다리다 모든 기회를 잃는다. ‘되는 대로 살다가 되는 대로 죽기’ 조의 허무주의와 덧없음의 풍조에 휩쓸린 그들은 그렇게 젊음을 소진해 버리고 만다. 이는 자신의 매력과 아름다움, 적극성을 무기로 능동적으로 자기 인생을 개척해 나가려는 아가씨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가씨들의 ‘파워’에 휘둘리며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나약한 철학자 청년들의 모습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꿀 정도의 힘과 영향력을 가진 ‘젊음’이라는 작가 피츠제럴드의 키워드를 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젊음, 운명 그리고 인생이라는 공식 없는 함수 관계

그렇다면 삶과 인생은 과연 젊음이라는 그 시간만 잘 보내면 내가 원하는 방향 그대로 쭉 직진해 주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피츠제럴드는 ‘그건 또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물론 컷글라스 그릇으로 상징되는 젊은 시절 한순간의 잘못된 연애가 한 가족의 평생에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을 가져오고, 결혼이라는 젊은 시절의 선택으로 천재 철학자가 동네 곡마단의 곡예사로 전락해 버리는가 하면, 젊은 시절 인기라는 유혹에 넘어가 무모하고 급작스러운 결정으로 그 사회가 바라던 참한 아가씨가 한순간에 ‘나쁜’ 아가씨로 변해 버리기도 하지만, 그게 모두 젊음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운명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젊음도 운명이라는 독립변수에 휘둘리는 종속변수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운명은 ‘결국’ 모든 것이 그렇게 되어버리게 만드는 예외이고, 한계이며, ‘강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왜 많은 우리의 주인공들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별로 살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 느끼는지, 왜 대충 살다가 대충 죽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 인생의 어느 부분, 어디까지가 젊음의, 자신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의 영역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음과 운명 그리고 인생 이 세 가지 변수들이 이루는 함수 관계는 누가 누구의 독립 변수이고, 누가 누구의 종속 변수인지 그 공식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것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비록 ‘결국’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젊음’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지닌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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