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열쇠

<열쇠>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의 여덟 번째 권은 『열쇠』다. 『겐지 이야기』를 현대 일본어로 옮기며 간사이 시대(일본 고전 문학으로의 회귀)를 총결산한 다니자키는 2차 세계대전을 경유해, 마침내 자신의 말기 문학을 펼쳐 보이기 시작한다.
『열쇠』는 거장조차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시기에 돌연 이제껏 고수해 온 형식과 주제, 문체까지 전부 타파하며 다시금 문단의 정중앙을 조준한 야심작(가라타니 고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이 작품으로 화려하고도 완벽하게 부활했다.”)이자 일반 독자부터 비평가, 심지어 정계에 이르기까지 ‘외설 문제’로 씨름하게 한 문제작이다. 프랑스 심리 소설의 걸작이자 서간체 문학의 정수,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를 방불하게 하는 일기체 형식의 독특한 작품으로, 권태기에 이른 중년 부부가 비밀스럽게 서로 일기를 남기며 상대의 정신과 육체를 쥐락펴락하는 대단히 아슬아슬하고도 교묘한 소설이다.
한편 남편과 아내의 일기를 교차시키며, 마치 실제로 두 사람이 글을 쓴 것처럼 완전히 다른 문체를 구사하는 다니자키의 문재(文才)는, 그야말로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열쇠』(1956)는 대학 교수인 초로의 남편과 팜파탈의 매력을 잠재한 양갓집 출신의 아내가 정월부터 각자 일기를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일기를 써 오기는 했으나 단 한 번도 ‘부부 관계’에 대해서만큼은 언급한 바가 없는데, 마침 권태기에 이르자 이 모든 상황을 일소하고자 비밀스럽게, 그러면서도 공공연하게 성생활을 둘러싼 진심을 털어놓기에 이른다. 부부는 서로 상대의 일기를 훔쳐보지 않겠노라 다짐하지만, 그런 한편 당장에라도 각자 자신의 읽기를 훔쳐봐 달라고 유혹을 한다.
언뜻 보기에 점잖고 교양 있어 보이던 대학 교수 부부는 점차 그윽한 위스키와 끓어오르는 성욕, 급기야 위험한 유희에 탐닉하게 되고, 여기서 그들 주변을 맴도는 딸 도시코와 그녀의 애인 기무라까지 합세해 세상 사람들을 까무러치게 할 만한 일들을 더욱 충동질한다.
일생 동안 에로티시즘을 탐구한 다니자키의 문학 중에서도 유독 도발적이고 대담한 주제를 적나라한 문체로 그려 낸 작품이며, 일기 형식이 주는 관음증적 충동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 구성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더불어 만년의 다니자키가 관심을 기울인 노화(신체적 노쇠)와 죽음의 풍경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작품으로서도 반드시 주목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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