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
2년 동안, 부부의 시간은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였다.
“당신이 협조조차 안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아이를 가져요?”
기준은 무감한 얼굴로 서연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가볍게 실소했다.
“내 말이 웃겨요?”
“응. 네 말이 웃겨.”
안면을 싹 바꾼 기준이 갑자기 제 아내를 지나쳐 화장대 앞으로 걸음을 했다.
서연의 낯빛이 파르스름해졌다.
그의 손아귀에 투명한 약통이 들려 있던 까닭이었다.
“네가 한 말을 종합해 보면 너는 여태 노력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그가 약통을 천천히 흔들어 댔다.
피임약끼리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소름 끼쳤다.
“전혀 일관성이 없잖아.”
그의 손이 그녀의 턱 끝을 가볍게 쥐었다.
“나도 오늘부터 그 노력이란 걸 해 볼까 해.”
“…….”
“너처럼.”
기준이 피임약 한 알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낀 채 말했다.
“뺏어 봐.”
입술이 순식간에 맞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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