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루의 붉은 방에 있는 자를 죽여라〉
흑영문의 자객, 서단은 기녀로 위장해 붉은 방에 간다.
그러나 그곳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처하는데….
***
사내가 한쪽 입꼬리를 비뚜름히 올렸다.
“미리 말해두는데, 다른 방법 따윈 없어. 해독제를 먹지 않으면 죽음뿐. 이 독은 혈관이 부풀기 시작하면 3일 내로 죽는 맹독이니까.”
사내의 눈에 희열감이 떠올랐다. 포식자가 먹이를 앞에 두고 어떻게 굴릴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것처럼.
“다른 이의 목숨을 취하기만 하다가 네 숨통이 점점 조여지면 어떨까.”
서단은 눈앞이 일시적으로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이번 암살은 실패다. 그리고….
죽음.
그동안 수십 번, 수백 번의 생사를 넘어왔건만 고작 여기까지인가. 날이 서린 검도, 매서운 손속도 아닌 고작 독 몇 방울에 죽을 줄이야.
“해독제를 주지.”
사내의 말이 이해되려는 순간, 방 안으로 스며든 월광이 사내의 얼굴을 비추었다.
“단, 조건이 있다.”
사내의 눈빛은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생기가 너울거렸다.
“매일 밤마다, 넌 나를 만나러 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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