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길들인 짐승

나를 길들인 짐승

“오래간만이네. 최서윤. …예뻐졌다.”
강우의 한마디에 멍하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일 년 만에 만나 듣는 부드러운 목소리는 아찔할 정도로 듣기 좋았다.
그런데 그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궁금한 게 있는데…… 그 녀석 때문이야?”
“그게 무슨?”
“그러니까, 아까 너 업고 와준 그 자식 때문에 살 빼고 예뻐진 거냐고.”
“……?”
나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입을 떡 벌렸다. 이게 무슨 소린지. 하지만 내 대답을 들을 여유 따윈 없는 듯 강우의 눈 속에는 불꽃이 타올랐다. 노랗게 이글거리는 눈빛이 나를 압도시킨다. 뜨거운 입술이 내 입술을 덮치곤 꾹 누르고 떨어졌다. 
나는 놀라 숨을 들이 삼키며 내 입술을 더듬었다. 
“……내 첫 키스.”
“키스 아니야. 방금 건 뽀뽀야. 바보야.”
서늘하게 웃은 강우는 내 반응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내게 눈을 살짝 내리깔고 다가왔다. 뜨거운 숨소리가 바로 앞에서 느껴졌다. 타액이 묻어 반짝거리는 강우의 입술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는 쾅쾅거리는 심장 소리와 빨개진 얼굴을 어찌할 줄 모르고 푹 숙여버렸다. 
하지만 강우는 순식간에 다가와 거칠게 나의 턱을 잡아당겼다. 
그리곤 방금 행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입술을 벌려 내 입술을 집어삼켰다. 당황으로 벌어진 틈 사이로 촉촉한 살덩이가 밀려 들어왔다.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왜 이래? 나한테…. 
너랑 나는 그냥 친구였잖아. 피를 나눈 것과 같은 사람 친구 말이야. 우리 이런 짓을 하면 안 되잖아.
...
소년의 마법에 걸린 소녀는 그를 향해.
소녀의 마법에 걸린 소년은 그녀를 향해.
두 사람은 다시 어른의 길목에서 만나고 서로를 길들여간다.
나를 길들인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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