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고 해.”
“…….”
“내게 살려달라고 해.”
“전하.”
“내게 애원해, 어서.”
태자가 으르렁거리듯 내뱉었다.
여자가 무너지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제 발치에서 살려 달라 비는 꼴이 보고 싶었다.
자신은 완전히 헤집어져 엉망진창이 되었다.
제정신으로 살아 있는 것이 버거웠다.
들끓는 광기와 애증에 매 순간 짓이겨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도 똑같이 짓이겨 주고 싶었다.
목숨을 위협해서라도 저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고요한 얼굴을 흔들고 싶었다.
치졸한 방법인 걸 알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적국의 태자에 사로잡힌 여자. 여자는 사랑이 두려웠다.
여자와 사랑에 빠져 온 세상이 뒤집힌 남자. 남자는 여자가 떠날 것이 두려웠다.
엇갈리는 인연 속, 수월(水月)같고 유운(流雲)같은 이 사랑은 어디로 흘러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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