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에 미쳐 동생을 죽이고 말았다. 죄책감과 함께 자신을 쫓는 이들에게서 도망치던 카인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죗값을 받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죽은 줄로만 알았던 동생은 멀쩡히 살아 있었다.
먼 발치에서 동생을 보기 위해 고향집을 찾아간 카인은 우연히 아벨과 마주하게 된다. 아벨은 갑자기 나타난 카인을 보고 놀라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다. 다만, 상냥하게 카인을 맞아 줄 따름이다. 카인은 그러한 아벨의 태도에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차츰 그 호의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문뜩문뜩 보이는 동생의 태도에 카인은 이상함을 느낀다. 결국 카인은 아벨을 몰래 조사하게 되는데…….
***
“…형님?”
태양처럼 찬란하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더 미웠던 황금빛 눈 한 쌍이 자신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아벨.”
내내 속으로만 부르던 이름이 밖으로 나왔다. 카인은 말을 더듬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창피함, 모멸감, 민망함 따위의 감정이 줄을 지어 찾아왔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꼬리를 단 것은, 두려움이었다.
뭐라고 할까? 어딜 뻔뻔하게 들어왔냐고 인상을 쓰며 욕을 뱉진 않을까? 자신의 인생을 망칠 뻔했다며 저주를 퍼붓진 않을까? 그것도 아니면, 예전의 죄를 물어 자신에게 복수를 하려 하지는 않을까?
아벨이 가장 예리하고 지독한 악행을 자신에게 행한다 해도 할 말이 없을 거라고 카인은 생각했다. 자신을 해한 자를 제단에 올리려 펄펄 뛰는 자들은 이 세상에 수도 없이 많지 않은가.
그러나 아벨이 건넨 건 평이한 인사말이었다.
“카인 형님이시군요.”
목소리 또한 마지막으로 들었던 것과 달랐다. 카랑카랑하던 미성은 낮은 울림을 머금은 남자의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벨의 목 가운데서 오르내리는 목젖 또한 카인이 처음 보는 것이었다.
“도와드릴까요?”
아벨이 손을 내밀었다. 카인은 뜬금없이 친절을 베푸는 그의 의중을 알 수 없어 그의 희멀건 얼굴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괜… 괜찮다.”
가까스로 도움을 거절한 카인은 무릎을 털고 일어섰다. 그가 허리를 일자로 폈을 때도 아벨의 눈높이는 여전히 카인보다 위에 있었다. 카인은 알게 모르게 아벨이 위압적이라고 생각했다. 카인을 내려다보는 시선 그대로, 아벨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오랜만입니다,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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