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의를 거절한다 [선공개]

빙의를 거절한다

“네가 주제를 안다면, 그분이 너와 결혼할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브린은 열세한 후작가의 존재감 없는 영애였다.
친모는 평민에, 친부는 무관심했다. 가문 안에서는 하녀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구박데기였다.
반면 브린이 결혼을 얘기한 프리온은 제국의 황자이자 황제의 책사로, 어떤 가문에서도 환영받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이 혼인이 불가할 거라고 여겼다.
사교계의 귀족들도, 가문의 가신들도.
상대인 프리온조차도 말이다.
*
“저하께 계약 결혼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기만이라 여겨 불같이 화를 내면 어쩔까 걱정했었는데, 그는 정말로 미친 사람을 마주하듯 조금의 감정도 쓰지 않는 거 같았다.
“오늘 말은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브린이 침착하게 말했다.
"제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프리온은 끝내 거절했지만 그가 다음날 다시 자신을 찾아오리라는 걸 알았다.
제 말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테니.
결국 예상대로 그는 자신을 찾아왔고
“결혼하자는 제안, 받아들이죠.”
마음을 바꾸게 된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다.
“기회를 준 건 당신이니, 물러서지 마십시오.”
그와의 관계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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