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뽀로 여인숙> 하성란은 인간의 감정적 내면을 표현하기보다는 냉정하고 정밀한 묘사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을 그려 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다.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사회, 혹은 관계로부터 소외된 각각의 개인들로서 고립되고 삭막한 삶 속에서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 채 같은 자리를 맴돌도 있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연민과 따뜻함을 담고 있다.
하성란의 [삿뽀로 여인숙]은 상실과 단절에 맞부딪친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전 작품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삿뽀로 여인숙]이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닌 '나'라는 인물에 의해 서술되고 있는 것은 하성란에게 있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드문 일이다. 하지만 보통의 1인칭 소설과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삿뽀로 여인숙]에서의 '나'가 누구의 모습도 닮지 않은 특별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일 수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
[삿뽀로 여인숙]에 관한 몇 가지
[삿뽀로 여인숙]은 주인공인 진명(나)이 쌍둥이 남동생인 선명의 죽음에서부터 발을 내딛어 삿뽀로 여인숙에 다다르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두 가지 이야기는 언뜻 아무런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 하나의 현(絃)으로 이어져 있었고 진명은 그 현을 따라 긴 여행을 떠난 셈이다.
무수한 형상들의 모자이크
이 소설에는 여러 사람의 삶과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선명을 사랑하여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윤미래와 일본 남자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김유미, 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던 사내,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진명에게 손을 내미는 김정인. 특히 김정인은 삿뽀로에서 태어나 그 곳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내이다. 이들 모두의 삶은 낱개의 조각그림처럼 흩어진 채로 진명을 스쳐 지나간다. 무수한 형상을 이루는 조각그림은 결국 하나의 모자이크가 되듯, 진명은 그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남루하고 황량한 시간 속을 버겁게 지나오는 동안 이미 삿뽀로 여인숙으로 안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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