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평>
분뇨, 오수, 짐승의 사체, 과일향의 냄새들 속으로 한 발 들여놓자, 고약한 숙취에서 깨어나듯 머릿속이 기분 좋게 맑아졌다. 젊은 여성들의 노동이 빚어내는 땀내와 거침없는 사랑, 우리 시대의 세태에 풍부한 물질성을 부여하는 문체, 그로 인해 소설에 대한 나의 오랜 갈망이 촉촉이 젖어들었다. 결혼 의식도 없이 사랑을 나누고, 상대 남자도 모르게 아이를 배고 낳아서 기르는 젊은 ‘엄마’들의 자족적인 공동체는 나의 내면에 오래 잠들어 있던 인간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을 강하게 흔들어 깨웠다. 그런데, 그녀들의 소박한 꿈이 그토록 위태로워 보이는 까닭은 이 시대의 결혼제도와 성 풍속이 그만큼 타락한 탓이리라.
- 황광수(문학평론가)
비밀스러운 집단 A의 꿈과 욕망, 그리고 추락!
전대미문의 참사인 ‘오대양 사건’을 모티프 삼은 하성란 장편소설 『A』. 계간 <자음과모음>에 2008년 가을호부터 2010년 봄호까지 연재된 소설로 철저히 은폐된 24명의 집단 자살 속 가려진 서늘한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한 시골 마을에서는 시멘트 공장을 운영하며 단기간에 급성장한 ‘신신양회’. 신신양회의 사장과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며 자매처럼 지내는 일곱 명의 여자는 미혼인 채로 아이를 낳아 키우며 공장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녀들은 어느 날 또 다른 공장 직원들과 함께 모두 교살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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