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이지 않은 채로 잊힌 물건은 얼마나 쓸쓸한가. 누군가의 책장 속에서 혹은 도서관의 서고에서 먼지만 내려앉으며 잊혀 가는 서책은 얼마나 고독한가. 사람들은 누구나 인문고전을 스스럼없이 추천한다. 거기서 깊고 풍성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독자들이 읽을 만한 책이 무엇이냐고 반문하면 망설여진다. 읽어야 한다는데 읽기 어렵다.
이소노미아는 오랫동안 준비한 새로운 스타일의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를 펴낸다. 홀수는 문학이고, 짝수는 철학이다. 그 첫 번째가 버지니아 울프의다. 21세기에 맞게 여성작가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현대적으로도 의미와 상징성이 큰 작가를 두고 고심하다가 버지니아 울프를 선택했다. 한 번의 독서로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가정신을 체험할 수 있도록 3편의 에세이와 7편의 단편소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3편의 에세이는 <여성의 직업>, <왜>, <런던 모험, 거리 유랑하기>이다. 여성에게 주입된 오래된 관념을 매력적으로 전복하는 글, 어째서 자유롭게 생각하고 토론하지 않는지 대학교육을 비판하는 글, 그리고 작가의 런던 사랑을 의식의 흐름으로 풀어놓은 글이다. 다음으로 7편의 단편소설이 이어진다. <유령의 집>, <인류를 사랑한 남자>, <견고한 것>, <벽에 난 자국>, <유산>, <거울 속의 여인>, <초상>이다.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버지니아 울프의 풍부한 작품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단편을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편집여담>이 있다. 두 편집자가 어째서 이 책을 기획했고 어떻게 편집했는지를 대화로 묶었다. 번역자나 학자가 일방적으로 해설하는 기존 방식보다는 이 책의 느낌과 여운을 독자에게 더 흥미롭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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