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인형 사 줄까?”
정수리를 향해 예리한 각도로 쏟아지는
봄 햇살 속에서 그가 불쑥 물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까지 선택한 아내였음에도 그의 아버지는 아내를 버렸다.
자신을 버린 남편에게 사랑하는 아들을 보내야 했던 가련한 아내는 그 아들을 보낸 날 손목을 그었다.
어른들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도 못할 어린 시절에 벌어진 비극은 뽀독뽀독 밟기도 아까운 첫눈같이 사랑스럽던 소년을 꼭 제 이름처럼 군다는 애먼 소리를 듣는 차가운 어른으로 성장시키기에 충분한 계기가 되어 버렸다.
그런 한결의 유일한 안식은 그의 친구이자, 가족이자, 세상 하나뿐인 ‘한결’만의 곰 이준제다. 17살 겨울날, 처음 만난 그 즈음부터 한결의 ‘베스트 프렌드’ 자리에 거침없이 스스로를 들어앉히는 그의 뻔뻔함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그런 그가 왜 싫지 않았는지는 한결만이 안다. 아니,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어도 친구인 이준제만이라도 잃고 싶지 않아 냉정한 얼굴을 가면 삼아 악착같이 진심을 감추며 10년을 넘게 견뎠다.
그런데 이준제, 이 곰탱이가 요즘 좀 이상하다.
상한 생선을 잘못 먹은 곰처럼 안 하던 짓을 자꾸만 하고, 술 처먹고 들어오더니 키스하자는 뻘 소리를 해 대고, 애완 곰 주제에 가당찮은 성깔도 마구 부린다.
미치고 환장하겠다.
이러다가 마음을 들킬까 봐, 아니 들키기도 전에 스스로 불게 될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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