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욕의 피안> 생물이 버러지에서부터 사람까지, 사람에도 미물 같은 악인에서부터 성인까지 있는 모양으로 사랑에도 무한한 등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고기 냄새에만 취하는 사랑에서부터 하나님의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 사랑이어니와 사랑은 인생에 가장 큰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나는 부부의 사랑, 부자의 사랑 형제와 붕우의 사랑, 깨끗한 사랑, 부정한 사랑, 그리하고 그 사랑들의 가장 높은 꼭대기와 가장 깊은 밑바닥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것이 이 이야기를 쓰는 동기입니다. 우리 혜연이, 조선 여성의 가장 높은 사랑의 본을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혜련은 부자 장로 김인배의 딸이다. 혜련은 맑고 깨끗하고도 뜻이 굳은 여자였다. 혜련의 동창 학우로서 김인배 장로에게 학비를 받아서 공부하는 구픈 고아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이문임. 김인배는 이문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었다. 오십이 넘은 명사의 늦은 사랑. 혜련과 문임에게는 애인이 있었다. 혜련의 애인은 임준상, 문임의 애인은 김인배의 후원으로 공부하고 또 김인배가 경영하는 상회의 점원인 설은주이었다. 그리고 김인배의 부인은 오십이 넘은 진실한 예수교인인 이은경이었다. 손자까지 있는 사내의 애욕, 아비의 불의를 막으려는 딸, 제 애욕을 위하여 딸의 사랑을 희생하려는 아비. 사랑하는 여자를 위하여 제 사랑을 희생하는 남자. 친구를 위하여 희생이 되려는 사랑과 제 이욕을 위하여 애인을 버리는 남자. 그 주위를 싸고도는 깨끗한, 더러운, 남자들과 여자의 무리. 사랑의 종종상을 그리면서 인생의 그릇된 진로와 바른 진로를 암시하는 이야기.
『조선일보』 1936. 4. 26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