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혼란스런 근대사회, 31세라는 짧은 생애 속에서
가지이 모토지로가 구축한 독특한 ‘미(美)’의 세계.
이상하게 근질근질한 기분이 거리에 서 있는 나를 미소 짓게 했다. 나는 마루젠의 책장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무시무시한 폭탄을 설치한 괴상한 악당이고, 이제 십 분 뒤 저 마루젠에서 미술 코너의 책장을 중심으로 대폭발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레몬」중에서
가지이 모토지로는 이 세상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각각의 사물에 대해, 다른 사물과 비교하여 우열이나 양부의 판단이 무의미한 사물 고유의 ‘미’를 발견하고, 다양한 위상으로 존재하는 대립물이나 혼합물, 불순물과 공존·융합·병치시킴으로써, ‘미’에 새로운 가치와 해석을 만들어냈다.
각각의 사물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을 적확하게 찾아내 작품화하기 위해 가지이가 취한 자세는 작품화의 대상이 되는 사물과 정면으로 마주보는 것이었다. 단지 그 자체만으로는 단순한 사실주의 작품으로 끝나 버릴 위험성이 있지만, 가지이 모토지로의 경우에는 본다는 행위를 철저하게 추구한다. ‘본다는 것, 그것은 이미 그 무언가인 것이다. 내 영혼의 일부분 혹은 전부가 그것에 옮겨가는 것이다’(「어떤 마음의 풍경」)라는 경지에 이르는 것을 나타내며, 압도적인 감각을 실마리로 전력을 다해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대해 상상력을 토대로 다양한 조작을 가하여 작품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독자적인 작품 세계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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