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의 무리>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는 유리코의 출세작으로, 조부의 주도로 개척 된 지금의 고오리야마시 카이세이잔의 농촌을 배경으로, 지주의 딸이자 화자인 '나'의 선의가 농촌의 가혹한 현실과 부딪치면서 어떻게 좌절되어 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당시 문단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았었다고 하는데, 작가가 여학교시절에 열중했던 러시아문학, 그중에서도 톨스토이의 영향을 받아서 집필했다고 한다.
이 작품이 쓰인 당시 문단은, '일본의 비판적 리얼리즘의 문학'의 전통을 잇던 일본자연주의문학의 '무사상적인 자연주의문학'으로 선택과 탐미적인 신로맨티시즘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구라하라 고레히토(1902~1991)는 유리코의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가 일본의 비판적 리얼리즘의 전통을 사회적인 기초 위에 재건하는 사명을 가졌다고 격찬을 한다. 이러한 구라하라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일본사회와 문단의 분위기 속에서 발표된 이 작품이, 단순히 소박한 '주관주의적인 로맨티시즘'을 가지고 썼다고 하기에는 작가가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문학적인 사조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무리'를 둘러싼 이러한 일본의 사회적인 배경과 문학적인 사조,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소박한 작가의 시선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순히 어린 천재 소녀가 문단에 센세이셔널한 작품을 발표했다는 의미를 넘어, 텍스트의 '나'와 작자가 일본의 농촌에서 봉건적인 착취에 시달리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려고 했었는가 하는 시도의 산물이자 실패의 결과물이다. 또한 텍스트에 등장하는 '나'와 작자는 쓰라린 실패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작품의 후반에 등장하는 신 씨와 젠바카라는 두 사람의 죽음을 보며, 서로 기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중얼거림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텍스트의 '나'와 작자가 일본의 농촌에서 겪은 좌절의 기록이 아닌, 봉건적인 착취의 구조 속에서 괴로워하는 농민이자 민중인 그들을 위로하며 고통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려는 희망을 갈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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