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학교> “죽어야만 가는 학교가 있다.
이계학교에 모인 신라, 고려, 조선의 억울한 영혼들,
그리고 강제 졸업 당하게 생긴 나!”
나는 죽었다. 눈 떠보니 바닥이었다. 내가 죽던 순간도 기억에 없는데, 웬 이상한 할아버지와 엮여서 살아서도 안 다닌 학교를 죽어서까지 다니게 생겼다. 아니 외출도 안 되는 저 감옥 같은 궁궐 안에서! 그런데 좀 이상하다. 죽어서부터 손목에 쓰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손목에서 숫자가 다 사라지면 이곳에서 졸업해야 한다는데, 왜 유독 내 시간만 제멋대로 푹푹 줄어드는데….
“쉿! 죽은 뒤에 입학하는 학교가 있대”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김영리의 유쾌한 귀신 이야기
김영리 장편소설. 죽어야만 갈 수 있는 이계 학교. 그곳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죽음의 비밀이 있지만 자신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이계 학교에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노인들까지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이들로 가득하다. 주인공 시현 역시 친구들로부터 배신당해 장기를 잃고, 그 와중에도 낯선 타인을 살리려고 고군분투하다 죽었지만 남은 것은 본인의 죽음뿐이다.
이계 학교 학생들을 호시탐탐 노리는 흑귀 때문에 시현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단 학교로 가게 되지만, 학교가 있는 곳은 뜻밖에도 경복궁이다. 게다가 한글반 선생님은 세종대왕, 과학 선생님은 장영실, 문학 선생님은 백석, 학교 관리자는 건축학도 출신인 이상이다. 화려한 선생님들 라인업에 당황할 새도 없이 시현은 동물 변신형을 받게 되고, 저주의 시공간으로 소환되기까지 하면서 이제 소멸을 피해 시간을 거슬러 달리고 또 달려야 한다.
<이계학교>는 ‘죽어야만 갈 수 있는 학교’에서 입학해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려는 이들의 이야기를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값싼 희망을 팔지 않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게 그려내는 소설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오랫동안 청소년 SF 판타지 작품을 써온 작가 김영리가 너무 어린 나이에 안타까운 사고 등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아이들을 기리며 썼다. 저 너머의 세상에서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무한히 펼쳐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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