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별>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단편 작품을 한글과 영어로 동시에 읽을 수 있는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의 네 번째 세트(46~60번)가 출간되었다. 아시아 출판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에서 나온 가장 중요하고 첨예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별하여 총 105권의 시리즈를 기획하였다.
이경의 <먼지별>은 선명한 이분법을 보여준다. 이분법의 양쪽 항을 차지하는 것은 ‘지상의 화성’과 ‘진짜 화성’이다. ‘지상의 화성’이 경기도에 위치한 화성이라면, ‘진짜 화성’은 태양계의 네 번째 행성을 의미한다. “찌마와 나는 지상의 화성에 잘못 버려진 거였다. 언젠가는 오렌지색 먼지 폭풍을 타고 진짜 화성으로 날아가고 싶었다”고 이야기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이분법은 ‘현실’과 ‘이상’의 이분법이기도 하다. 무엇 하나 돈 없이는 얻을 수 없는 ‘지상의 화성’에서, 가출소녀인 ‘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성매매로 살아간다.
화성빵집은 ‘지상의 화성’을 움직이는 교환논리가 가장 적나라하게 압축시켜놓은 공간이다. ‘나’가 그 어린 나이에 성매매에 나선 것도, 빵 두어 개를 훔치려다가 빵집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일이 계기가 되어서였다. 이처럼 자본의 논리를 미메시스한 강력한 빵집 주인을 상대로 파키스탄 청년 찌마와 ‘나’가 빵을 훔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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