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고전문학 27권 이효석 단편집> 향토적․이국적․성적 모티프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작품세계
동경의 세계를 서정적 문체로 승화시키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먼저 <돼지>는 얼핏 보기에 암내 낸 돼지와 어리석은 농부를 등장시킨 코믹한 단편 같지만, 그보다는 세금 문제로 농민을 괴롭히는 면서기라든지,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못 살기는 일반’이라는 농촌의 현실이라든지, 또는 ‘한방에서 잠재우고 한 그릇의 물 먹여서 기른’ 소중하기 짝 없는 돼지를 순식간에 앗아간 기차와 같이, 이를테면 문명적인 것에 대한 강렬한 반감을 보여주는 다분히 반문명적인 작품이다.
<들>은 이효석의 본격적인 ‘서정시적 경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기서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옥분의 허무한 태도’, 즉 그녀의 절제 없는(야생의) 남성 관계이다. 그것이 ‘마술과도 같은 자연의 매력’으로 오히려 찬양되어 있는 점에서 이효석 특유의 자연주의가 엿보이고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은 이른바 인생에 있어서의 기이한 인연 또는 우연이라는 것, 즉 인위적이 아닌 천운이란 것을 매우 짜임새 있게 전개해 보인 가작이다. 흔히 1930년대 한국 단편소설에 있어서의 대표적인 작품의 하나로 꼽힌다.
<장미 병들다>는 현보와 남죽 두 사람이 연예계에서 바야흐로 출세하려던 때에 ‘첩첩한 시대의 구름의 탓’으로 좌절된 것을 들려주면서, 소녀 시절에는 ‘참으로 아담한 꽃’같던 남죽이 어느 샌가 ‘지향 없는 닥치는 대로의 길, 목표 없는 생활’ 속에서 당연한 절제 없는 생활을 하여 도덕적으로 크게 타락되었음을 보여준다. 이것도 <돼지>와 마찬가지로 다분히 반시대적 또는 반도시적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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