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볼 아가씨> “나는 남들과 조금 달라, 근데 그걸 세상은 틀리다고 말해.”
내가 사는 세상은 스노우볼 속이야.
주인공 묵은 자신이 사는 세상을 스노우볼 속이라고 표현한다. 반짝거리지만 깨지기 쉬운 스노우볼 안이 그녀의 세상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그녀의 행동을 ‘틀리다’고 말한다. 엄마의 끈질긴 설득으로 그녀는 ‘사회성 기술 훈련’을 받으며 ‘보통 사람’들처럼 행동하도록 노력한다. 그 결과, 묵은 친구를 사귀게 되고, 대학에 가고, 남자를 만나고 평범한 생활을 하며 남들과 ‘똑같이’ 성장해 나아간다.
이 책의 저자는 임상심리사로 일하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마주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 틀린 것이 아니라 아주 조금 다를 뿐이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이들을 좀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스노우볼 아가씨》는 먼저 독립출판물로 선보였으며, 독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전자책으로도 출간하게 되었다.
경미한 자폐증(오티즘 스펙트럼)을 가진 한 여성의
우정, 사랑, 성(性)을 그린 성장 소설
주인공 묵은 자폐증 증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본인의 뇌가 두부처럼 흐물거리며 단층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며 어린 시절 내내 두부만 먹고 산다. 주인공의 가족은 묵을 당연한 것처럼 이해했고, 이상하게도 아버지는 한 번도 묵이를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아버지도 같은 증상을 겪으면서 살아왔던 것일까.
묵의 엄마는 그녀가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 치료를 권하고, 묵은 정신과를 다니며 사회성 기술 훈련을 받고 조금씩 사회에 적응해간다. 그러던 중 단짝 친구 유진을 만나며 중 고등학교를 함께 보내고, 대학까지 진학하게 되지만 남자 문제로 힘들어하는 친구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며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소의 눈을 닮은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고 묵은 그를 ‘소’라고 부르며 둘만의 세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친구 유진의 결혼 소식을 들으며 어릴 적 자신은 아직도 스노우볼 안에 갖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그녀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스스로 스노우볼을 깨버린다. 묵은 스노우볼에 깨진 유리 조각을 줍듯 하나하나씩 떠오르는 좋은 기억들, 그리고 아팠던 조각들까지도 모두 모아다가 유리컵에 담아 한구석에 밀쳐두었다. 빛이 투영되어 색색으로 빛나는 것들을 애써 무시했다. 어느덧 한 줌의 유리 조각들이 가득 모였을 때, 한참을 바라보니 이것도 이 나름대로 아름답구나 싶었다. 혹시 이런 것도 사랑이고 우정일까. 다 깨진 유리 조각들도 모아놓고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쓸쓸한 웃음이 나온다.
이 책 《스노우볼 아가씨》는 경미한 자폐증을 앓는 한 여성의 이야기면서도 사랑에 서툰 모든 이들을 위한 작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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