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고향 (상)

늑대의 고향 (상)

<늑대의 고향 (상)> 근미래, 북한이 붕괴한 한국에서 벌어지는 첩보 스릴러!
안전예방국 시리즈, <늑대의 고향>

북한 정권이 붕괴하고, 북한 인민이 몰려들며 혼란에 휩싸인 한국.
국제 사회와 구호 단체들의 외면, 혼란한 정세와 범람하는 북한제 무기들. 자동소총과 방탄복으로 무장한 카르텔들이 난립하고 옛 북한 지역에서 재배된 마약이 난립한다. 서울은 더이상 안전한 도시가 아니었다.

안전예방국.
그것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모토로 설립된 국가기관이었다.

-*-

북한붕괴사태 이후 아시아 최대의 마약유통로가 된 인천에서 조카와 함께 살고 있는 형사 철원.
어느 날 찾아온 스토킹 피해자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 범행도구였던 권총이 불법생산시설에서 생산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가 진행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 철원의 어두운 과거가 뒤를 따라온다.

#단편 #중편 #근미래 #북한붕괴 #SF #밀리터리 #첩보물 #특수요원 #복수극 #시가전

<안전예방국 시리즈란?>
<안전예방국 시리즈>는 동일한 세계관을 기반으로 여러 작가들이 각기 독립된 내용을 집필한 소설 프로젝트입니다. 세계관 외의 이야기 상의 연계성, 연속성은 없으므로 차례대로 열람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미리보기>

“경찰이다! 멈추고 손들어!”
철원이 테이저건을 겨누며 외쳤지만 회색 후드는 멈추지 않았다.
“안 멈추면 쏜다!”
거듭되는 경고에도 회색 후드가 들은 체도 안 하자, 철원은 테이저건을 후드의 등에 겨누고 발사했다.
팍! 하는 발사음과 함께 전극이 날아가 등에 꽂히고, 와이어를 따라서 전류가 흐르면서 남자가 땅으로 고꾸라졌다.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작게 비명을 내지르며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머리 뒤로 손 올려!”
쓰러진 회색 후드에게 철원이 외치자, 후드는 포기했는지 두 손을 들어서 자신의 머리 뒤에 올렸다. 철원은 언제든 다시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게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채로 벨트 뒤의 수갑집에서 수갑을 꺼냈다.
철원이 회색 후드에게 다가가서 한쪽 팔목에 수갑을 채운 순간,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로 물러나세…….”
철원은 가까이 온 구경꾼이라 생각하고 옆을 돌아봤지만, 그 순간 초록색 소주병이 철원의 머리를 내리쳤다.
눈앞이 새까매지며 감각이 사라졌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대로 한참, 혹은 찰나 뒤에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철원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오른손의 검지랑 새끼손가락이 욱신거렸다. 넘어지면서 깔린 모양이었다. 흐릿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자 겁에 질린 표정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검은색 재킷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가 회색 후드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워주고 있었다.
“다친 곳은 없나?”
“일 없습니다, 동지.”
공범이다. 철원은 땅을 짚고 일어서려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다시 주저앉았다. 뭔가 축축한 게 이마를 적시는 게 느껴진다 싶더니, 땅바닥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가자.”
“하지만…….”
남자들이 철원을 뒤로하고 멀어졌다. 철원은 다시 한번 힘을 주어서 간신히 두 발로 일어섰다. 폭탄주를 혈관에 쏟아부은 것처럼 세상이 흔들렸다.
“서, 새끼들아.”
철원이 아직 허리춤에 있는 삼단봉을 꺼내려다가 손에서 놓쳐서 떨어트렸다. 삼단봉을 주우려고 몸을 숙였다간 그대로 쓰러져서 못 일어설 것 같아서 철원은 삼단봉을 줍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다.
삼단봉이 떨어지는 소리에 검은 재킷이 뒤를 돌아보더니 철원을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갑자기 실소했다.
“오랜만입니다. 동지.”
철원이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소식이 하도 없어서 뒤지신 거 아닌가 했는데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너 누구냐.”
“남조선 놈들이랑 섞여 지내시다가 이제 동무 얼굴도 잊어버렸습니까? 접니다.”
“누구냐고 빨갱이 따라지 새끼야!”
철원이 얼굴을 팍 구기며 말하자 검은 재킷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검은 재킷은 그대로 뒤돌아섰다.
“거기 서.”
“다음에 봅시다.”
“서라고!”
철원이 쫓아가려고 다리를 움직인 순간, 검은 재킷이 갑자기 주머니에서 손을 꺼냈다. 손에 쥔 물건이 소음기를 끼운 작은 권총임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철원의 머릿속이 차갑게 식은 순간, 차에 치인 듯한 충격이 배를 때렸다. 감전당한 것처럼 근육이 뒤틀리며 철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뜨겁다. 배에 불에 달군 꼬챙이가 꽂힌 것 같았다. 있지도 않은 꼬챙이를 뽑으려고 배를 손으로 누르자 총알이 뚫고 들어간 구멍에서 피가 쏟아져 나온다. 지혈, 출혈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손으로 그 구멍을 틀어막았다.
구경이라도 하듯 서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었다. 검은 재킷, 회색 후드가 그 속에 섞여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면서 그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철원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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