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낡은 세대를 위한 해명.
그러나 굳이 이해하지는 마라!

그들의 자리, 권력, 돈을 탐했다. 나도 가지고 말리라, 달뜬 욕망에 꼬리를 흔들었다! 내 모든 것을 바치며 아무리 충성을 다짐해도 비열한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나를 모욕하고 배신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다.

그러나 나는 개다!
잠시 정의에 눈감고 옳음을 업신여기며 저 보잘 것 없는 젊은이들의 열정을 착취하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아귀가 된다면 언젠가 나도 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또 악착같이 꼬리를 흔들지만 돌아오는 건 역시나 절망이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또 다시 꼬리를 흔들고 또 한 번 그들의 발을 핥아야 할지라도 이번엔 내 아이라도 그들처럼 저 자리에 오르기를 끊임없이 욕망한다. 가진 것 없는 젊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착취당하는 지 너무나 잘 알기에. 후에 그들처럼 된, 마침내 저 자리에 오른 내 아이가 또 다시 나를 비웃으며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주더라도 이미 인생을 돌릴 길은 없다.

정말 개 같은 내 인생을 돌릴 길은 없을까? 한숨이 이리 깊어도 이상하다. 울분에 몸을 떨게 했던 비열한 주인이 여전히 내겐 증오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인 것이.

명문대를 나와 누구나 바라는 최고의 대기업 부장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능력자 백종구, 안정된 교육 공무원으로서 최고의 수순을 거쳐 교장 자리까지 오른 인물 황구선, 3대째 이어오는 설렁탕 가게를 최고의 요리법으로 연 매출 10억의 대박 가게로 성공시킨 ‘흑구네 설렁탕’ 사장 나흑구. 이 세 명은 어릴 때 불알친구로 사연 많고 굴곡 많은 어린 시절을 견디고 이겨내 나름 성공을 자부하는 자리까지 오른다. 물론 시련을 이겨낸 방법이 정정당당했다 말할 순 없다. 세상은 너무 지독하고 비겁했다. 높은 자리에 올라 정의를 실현하겠다던 호기롭던 결심도, 성공하고 말리라던 독기 어린 각오도 나름 맛본 달콤한 기득권의 맛에 무뎌졌다. 그러나 이 세 명의 친구 앞에 닥친 또 다른 인생의 쓴맛들! 소위 기성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 젊은이들에겐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고, 기득권엔 무조건적인 충성을 바친 이들은 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까? 이 이야기는 그 낡고 초라한 세대를 위한 해명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