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가 꺼진 은신처>
이치은 소설. 어어부 프로젝트의 노래 '마루가 꺼진 은신처'에서 영감이 시작된 소설로, 매력적인 악몽의 세계를 다룬다. 마치 M.C 에셔의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회화를 닮았다. 혹은 가장 아방가르드한 음악을 추구했던 어어부 프로젝트의 음표가 그린 배경음과, 가사 속의 메타포를 패스티시(혼성모방)한 소설이다.
문학적 실험과 고안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이치은 작가는, 이 소설에서도 새로운 실험과 새로운 구성을 선보인다. 우선 문학의 하위 장르인 미스터리, 판타지를 혼융한 소설이다. 꿈/실제, 진짜/가짜, 참/거짓, 실제/허구가 뒤섞인 리얼 판타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톱니바퀴들이 모두 맞물려 잘 진행되던 계획이, 알 수 없는 힘/조직에 의해서 하나하나 무너져 가는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미스터리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또, '라쇼몽' 같은 변주와 다성음악적 구성이 있는 소설이다. 하나의 행위/사건이 4번의 시도에 의해 각각 다르게 서술된다. 또 시간과 시점과 사건이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재배치된다
킬러 '나'는 의뢰받은 살인을 수행하고자 할 때 의뢰인으로부터 조건을 제시받는다. 지금까지 단독으로 살인을 해왔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그 살인 행위를 돕는 조력자(톱니바퀴)들과 같이해야 한다는 것. 킬러는 내키지 않았지만, 그 의뢰를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 역시 치밀한 살해 계획의 한 톱니바퀴가 된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이다. 전체 살해 계획의 조각난 부품이었던 수많은 조역들이, 한 명 한 명 제거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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