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락>
일본은 구제불능이네. 이렇게 좁아터진 땅덩이에서 이렇게 엄청난 인구가 살아가야 하다니. 일본은 배낭 속에 든 바지락이고 만원 전차일세. 일본인의 행복의 총량은 극에 달했네. 한 사람이 행복해지면 그 분량만큼 누군가가 불행해진단 말이지. 마침 사내가 떨어졌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에게 여유 공간이 생긴 것처럼 말일세. 우리는 자신의 행복을 기원하기보다는 타인이 불행해지기를 바라야 하는 것이라네. 존재하지도 않는 행복을 추구하기에 앞서 주변 사람을 불행에 빠뜨려야 하는 거라네. 우리가 생물인 이상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최상이요 그 밖의 사념은 감상일 뿐이네. 단추를 움켜쥐고 있는 시체와 울어대고 있는 바지락과 말귀가 어두운 마누라와 이 몸, 그것들은 추악한 구도일세. 추악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세상에서 살아갈 걸세. 천박한 선의라든가 의협심을 마음속에서 적출해 내고 나는 살아가리라고 그때 생각했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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