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시스터

리틀 시스터

<리틀 시스터> 『빅 슬립』(1939)에서 시작하여 『하이 윈도』(1942) 『안녕 내 사랑』(1940)을 거쳐 『호수의 여인』(1943)까지, 챈들러가 창조해냈던 도시형 사립탐정 필립 말로의 캐릭터는 『리틀 시스터』에 이르러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냉소적이지만 자못 매너 차릴 줄 알고, 비정하지만 유머 감각에 넘치던 멋쟁이 말로. 그러던 그가 이제 느끼한 형사반장의 전화를 기다릴 정도로 외로움을 타는가 하면, 한밤중에 대로를 드라이브하며 자조적 독백을 주절거리고, 고객을 앞에 두고 궁상맞게 독한 위스키를 홀짝거리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그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여덟, 말로는 흔들리는 중년 사내의 약한 모습을 부쩍 많이 드러낸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전 미국이 경기 호황을 톡톡히 누리며 할리우드가 막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던 제2차 세계대전 후이니,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는 희망에 차고 풍요로운 시기였다. 그러나 의외로 『리틀 시스터』는 오히려 짙은 우수와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아 챈들러의 팬들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사립탐정 필립 말로라는 캐릭터는, 원래 세상 돌아가는 꼴에 대한 약간 삐딱한 시선과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짓궂게 이죽거리는 무례한 언동이 매력 포인트긴 하다. 그러나 『리틀 시스터』에서는 말로의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이 훨씬 강하게 부각되면서 일종의 사회비판적 메시지에 가까운 대사들이 꼬리를 물고 흘러나온다. 당연히 작품에 드리워진 분위기도 예전보다 더 어둡고 침울하다. 게다가 스토리의 주 배경이 할리우드 영화계라는 점 때문인지, 이 작품에서는 유난히 강렬한 이미지의 팜므 파탈이 등장한다.

바로 이런 면 때문에 『리틀 시스터』는 정통 추리소설 색채가 엷어지면서 마치 한 편의 할리우드 범죄 영화를 보는 듯한 드라마틱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챈들러가 1943년부터 1947년까지 할리우드 영화계에 들어가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경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리틀 시스터』는 사건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시간적으로는 단 사흘밖에 진행되지 않으면서도, 극적 긴장과 풍부한 반전이 숨어 있는 서사가 스피드와 압축미를 잘 보여주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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