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시나리오>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와 이대학보사가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공동주관하는 ‘이화글빛문학상’이 어느덧 제9회를 맞아 전청림(도자예술학과 4학년)의『그와 그녀의 시나리오』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대학원생 소현이 겪는 다사다난한 연애 이야기 속에 다양한 철학적 개념과 가치를 더해 우리에게 궁극적인 사랑의 의미를 묻는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의 다양한 내적 심리 묘사를 곁들여 사랑을 통해 진정한 자아에 다다르고자 하는 그들의 심리를 감각 있게 풀어냈다. 특히, 풍부한 철학적 지식과 그에 따른 참신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철학적 ‘한 순간’을 녹여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애 이야기지만 철학이라는 스펙트럼을 통해 개인의 신변잡기를 넘어 읽는 이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보편적인 ‘언젠가의 우리 모두의 사랑 이야기’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심사위원들에게 ‘연애 이야기를 통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음을 소설의 몸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이번 수상작은 사랑의 궁극적인 의미와 존재의 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줄거리 및 본문 발췌
- 줄거리
대학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는 소현에게는 채드라는 가명을 지닌,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애인이 있다. 영화처럼 만나 영화 이상으로 사랑하던 두 사람이지만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해 삐걱거림을 경험한다. 잠시 떨어져 있기로 결정한 소현과 채드, 그러던 중 소현은 자주 다니던 와인 바를 경영하는 준모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그걸 계기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하지만 감정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던 준모와 함께할수록 소현은 무언가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결국 준모의 외도로 둘의 짤막한 사랑은 마침표를 찍는다. 그때까지 소현을 기다리고 있던 채드. 소현은 다시 그의 손을 잡고 화해를 기념해 파리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여행지에서 소현에게 반지를 건넨 채드. 그러나 생리적으로 결혼이라는 제도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소현은 그의 청혼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그 길로 먼저 한국으로 돌아온다. 채드를 피하며 자신만의 생활을 찾으려고 노력하던 소현에게 찾아온 건 테스트기 속 선명하게 자리한 빨간 두 줄로 드러난 임신. 뜻밖의 임신을 알게 된 소현은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는다.
- 책 속에서
이미 그에게 소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불가능해진 지 오래였다. 판단력은 증발했고 사랑의 달팽이관은 균형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순수 미적인 중립적 관점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는 아름답지 않은 것조차 아름답게 발견되는 것” 그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고, 향후 3개월은 무조건적으로 그녀의 좋은 면만을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면역력을 가지게 되었다._ p.24
“어떤 이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완벽성을 그 사람에게 상상에 의해 투영하는 일이다.” 스페인의 사상가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스탕달의 수정론에 대해 이렇게 요약한다. 소현은 자신에게 투영된 수정 같은 완벽성을 재현해낼 자신이 없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이렇게 비현실적인 이상화의 담론에 갇혀 있었다._p.25
단 하나의 완벽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짜릿한 기분. 사람들은 이 황홀한 계륵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엔 소위 어장관리라는 특별 관계망 시스템이 도래했다. 사람들은 보유효과의 마약에 속아 자신의 나일론 어망을 더욱 촘촘히, 더욱 튼튼히 한다. 하지만 이 노력은 결국엔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반증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_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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