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대가> 역사적인 음모와 계략 그리고 화려한 검술이 엮어 내는 지적 미스터리
『검의 대가』는 자신들의 잇속만 노리는 협잡꾼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오로지 검 하나만을 바라보며 진정한 명예와 영광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한편 추측하기 힘든 서스펜스와 계략 사이사이 묘사되는, 생동감 있고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는 검투 장면들은 한 편의 현란한 공연을 보는 듯하다.
또한 『검의 대가』는 19세기 말 스페인의 정세, 서민들의 일상 등 당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는 면에서 리얼리즘적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가 여러 작품들에서 각각 체스, 고문서, 항해술, 여성의 내면에 대해 끈질기고 집요하게 탐색하고 고증해 냈다면, 『검의 대가』에서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정통 검술의 공격 및 수비에 대해 비범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함으로써 진정한 리얼리스트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저널리스트로 오랜 기간 활동했기에 가질 수 있는 작가 페레스 레베르테만의 특장점일 것이다.
작가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그렇듯이 『검의 대가』에서도 미스터리를 가장 설득력 있는 독자 흡인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만남, 우연히 휘말리게 된 연쇄 살인 사건 속에서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그 안에서도 살아 숨쉬는 애처로운 사랑,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베일 뒤의 얼굴, 그리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어우러지면서 작품 전반에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한다. 또한 평범할 수도 있는 사건들을 매우 미묘하면서도 창의적으로 전개하는, 현대적이고도 지성적인 감각을 소유한 작가 페레스 레베르테만의 힘이 실린, 무엇보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아울러, 명예와 전통을 고수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 가고자 끝없이 고뇌하는 인물을 통해 돈이 권력을 휘두르고 정치적 야욕이 난무하며 명예와 성실함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빈사 상태에 빠져 버린 우리의 21세기를 반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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