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제국> 볼라뇨 세계의 진정한 시작
전쟁 게임으로 보여지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한 병리
로베르토 볼라뇨는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며 『2666』과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여러 문학상을 휩쓴 작가로, 2003년 간 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제3제국』은 2008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볼라뇨의 미출간 육필 원고가 있다는 사실이 발표되며 뒤늦게 그 존재가 알려져 2010년 작가의 유작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제3제국]은 제2차 세계 대전을 축소한 보드 게임의 이름으로, 마니아층이 존재하는 실제 게임이다. [제3제국]의 독일 챔피언인 주인공 우도는 게임 전문 잡지에 관련 글을 기고하고, 휴양지에서도 게임 전략을 세우는 게임광이다. 집필 당시 볼라뇨가 전쟁 보드 게임 마니아였고 제2차 세계 대전사에 다식했음을 고려하면 [제3제국]이라는 소재를 고른 것은 당연한 듯 느껴진다.
우도는 휴양지에서 만난 미스테리한 청년 케마도에게 게임을 가르쳐준다. 게임 규칙을 따라가기 바빴던 케마도는 배후의 인물의 조언으로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고, 둘의 게임은 점점 추호의 타협도 없는 결투가 된다. 볼라뇨는 이 둘의 대치를 통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들의 게임은 더 이상 유희가 아니며 독자들은 이를 통해 전쟁의 공포와 폭력성을 상기한다. 전쟁 게임의 현실화는 그야말로 나치 독일(제3제국)의 부활이며 공포와 생사를 넘나드는 전장이다. 제3제국이 인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듯, 그것의 환영인 전쟁 게임이 인간을 자폐적 광기로 내모는 것이다.
볼라뇨는 이번 작품에서 전쟁을 매개로 인간의 편집증과 광기를 이끌어낸다. 주인공 우도는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과 욕망, 그리고 이것이 야기하는 공포로 헤어날 수 없는 악몽의 늪에 빠진다. 이를 통해 볼라뇨는 우리의 내면에 또 다른 제국, 혹은 [제4제국]을 꿈꾸는 파시즘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으며 언제든 개인적, 사회적 현실로 구체화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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