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

<팽> <이명박 회고록>을 검증한다! MB 잡을 소설이 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화제인 요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소설이 출간됐다. 공교롭게도 출간일이 같다. 특히 저자가 이 전 대통령과 함께 현대그룹에서 10년간 근무하다 하루아침에 파면돼 『돈황제』를 써서 세간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백시종 씨여서 더 흥미롭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사실에 부합하느냐는 것. 그 점에서 이 소설은 아주 시의적절한 비교 자료가 될 수 있다. 비록 소설이긴 해도 실제 인물을 다룬 만큼 상당 부분 사실에 근거해서 용의주도하게 씌어졌기 때문이다.

회고록 중 ‘정주영 회장과의 결별’ 부분이 대표적인 케이스. 회고록에서 MB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대통령 출마를 ‘재벌의 정치 참여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반대했고 결국 그 때문에 결별하게 됐다고 썼지만, 소설의 흐름은 완전히 다르다. 정 회장의 대권 도전 당시 MB는 출근해서 다른 업무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코리아 리서치의 여론조사에만 매달렸다는 것. 조사 결과 정주영 회장이 3위에 랭크돼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자 그를 배신하고 나왔다는 것이다.

회고록 첫 장의 제목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는 부분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소설에 따르면 MB는 현대그룹 재직 당시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공언하고 다녔다고 한다. 서울시장직이 대권을 향한 사전포석이라는 정계의 일반적인 시각과 실제 그의 정치적 행보에 견줘보면 독자들의 의심은 더 짙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그룹을 떠난 후 민자당의 YS가 총선 출마를 권유했다는 대목도 소설의 맥락과 전혀 다르다.

물론 자서전 격인 회고록과 문학작품인 소설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것은 스케일과 디테일의 차이만큼이나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일한 팩트를 들여다보는 시선의 각도나 가공에서 그 둘의 차이와 엇결을 톺아보는 재미는 오롯이 독자의 특권이다. 더욱이 4대강이나 자원외교에 대한 국정조사가 잡혀 있는 미묘한 시점에 출간된 회고록이 아닌가. 따라서 공적 영역에 대한 검증의 확장으로서 회고록의 신뢰도를 따져보는 것은 오히려 국민 된 도리로서 당연한 의무일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이 진정으로 겨냥하는 바는 비단 이런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재계의 제왕, 정계의 제왕이 되기 위해 쳐내야 했던 수많은 경쟁자들과 그 아랫줄에서 힘없이 ‘팽(烹)’ 당한 사람들, 무수한 ‘을’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로서,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누구든 가차 없이 팽 시키는 우리 사회의 약탈적 구조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작가 스스로가 영문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파면당했다. 표면적으로는 ‘왕 회장’(정주영 회장)이지만 실제적으로 ‘엠비유’(MB) 라인에 의해 내쫓겼다. 왕 회장이 사우디 고위관료에게 건넨 뇌물이 문제시되자 대신 2년 반 동안 감옥살이를 한 정갑성 전무도 중동 건설 붐을 일으킨 공로에도 불구하고 엠비유의 경쟁자라는 이유로 여지없이 ‘팽’ 당한다. 왕 회장이 점찍은 이국의 여자가 깜짝 놀란 만한 ‘화대’ 제안에도 “노땡큐!”를 외치며 황성택 상무의 호텔방에 들어갔다 하여 런던의 국제금융통이었던 황 상무도 ‘팽’ 당한다. 종래에는 그런 왕 회장조차 대권을 앞두고 엠비유에게 ‘팽’ 당하고 만다.

‘팽’ 시킨 다음의 사후조치는 더욱 잔인하다. 작가의 분신인 박종산이 집필한 『돈황제』를 막기 위한 조치는 보수, 진보 언론을 가리지 않고 기사와 광고를 막는다. 그것도 부족해 지방지, 잡지사, 서점가를 망라하여 전방위적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이렇게 약육강식의 비정한 논리가 판치는 인간정글. 세상은 점점 위계화되고,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간다. 땅콩회항에 비유되는 ‘갑질’의 횡포 아래서 다른 길은 없는가? 작가는 독자에게 차갑게 되묻는다. 싸우면서 닮아가듯이, 어쩌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팽 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고. 정녕 꼭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고. 더 팔아야 할 것이 남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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