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도시> 지워진 과거, 타인의 기억으로 산 3년, 동료 기자의 죽음……
모든 것이 조작되고 편집된 세상 속에서 한 남자의 위험한 추적이 시작된다.
베일에 싸인 시술로 사람들의 기억을 삭제, 이식시켜주는 해마센터. 그곳의 상담직원 마윤수는 한 고객으로부터 자신이 누군가와 굉장히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혹시 잃어버린 쌍둥이 형제일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자신의 과거를 좇던 중, 자신이 갖고 있던 기억은 이미 3년 전 죽은 이대식이라는 남자의 기억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은 3년 전 실종된 박영원이란 기자라는 사실까지 깨닫고, 은폐된 진실로 가득한 해마센터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대형교회비리를 폭로했던 전도사가 며칠 만에 폭로가 거짓이었다고 말하고, 대학등록금 반값인하운동을 펼치던 대학생이 이전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말한다. 모두 해마 시술을 받은 것이다. 개인들의 기억을 편집한 게 하나하나 축적되어 거대해지면, 사회 전체의 성향과 마인드 조정으로 확장되는 것. 그렇게 조작된 것을 진짜 여론이라 믿고 따르며, 그걸 바탕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확립하고 있는 거라면? 어쩌면 우리는 팔다리에 실을 매달고 그 실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마리오네트 신세인지도 모른다.
온갖 정보와 뉴스, 이미지들의 홍수 속에서 머릿속에 저장된 생각과 기억들이 순수하게 자기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무섭고도 비밀스러운 해마센터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숨 돌릴 틈 없이 펼쳐진다. 일간지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나의 플라모델」로 등단한 작가는 등단 6년 만에 펴내는 첫 장편소설을 통해 이야기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흥미로운 소재, 신선한 감각, 날카로운 문제의식, 흡인력 강한 이야기가 결합된 신인 작가의 색다른 문제작! 쓸쓸하고 서늘한 이 소설을 숨 가쁘게 다 읽고 나면 눈을 껌벅 감았다 뜨고,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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