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연사 사선

풍연사 사선

<풍연사 사선> 사(詞)는 송대(宋代)에 가장 유행한 문학 양식으로 음악에 맞춰 노래하는 노래 가사라고 할 수 있다. 민가(民歌)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악부 민가(樂府民歌)와 유사한데 음악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악부 민가가 가사를 먼저 쓴 후 음악에 맞춘다면 사는 음악에 맞추어 가사를 짓는 방식이며, 악부 민가가 주로 쟁(箏)과 종고(鐘鼓, 종과 북)를 반주 악기로 하는 청상악(淸商樂)을 기반으로 한다면 사는 당대(唐代) 서역에서 들어온 호비파(胡琵琶)를 반주 악기로 하는 연악(燕樂, 또는 宴樂)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사는 악부 민가보다 음악이 더욱 중시된다.
사는 길이에 따라 크게 소령(小令)과 만사(慢詞)로 나뉘는데 글자 수를 기준으로 해서 62자 이내의 작품을 소령이라 하고 63자 이상의 작품을 만사라고 한다. 소령은 다시 한 편(片)으로 이루어지는 단조(單調)와 상하 두 편으로 이루어지는 쌍조(雙調)로 나뉘는데 단조에서 쌍조로 발전해 간다. 중당(中唐) 시기 몇몇 문인들이 민간에서 유행하는 사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창작하는데 이들은 시와 유사한 형식의 단조를 먼저 선택했다. 하지만 점차 창작 경험이 누적되고 사를 짓는 문인들도 증가하면서 단조보다 쌍조가 더 많이 창작되는데, 오대(五代) 시기에 이르면 쌍조가 대세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쌍조로의 발전 과정은 오대사를 대표하는 화간사(花間詞)와 남당사(南唐詞)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남당사가 화간사에 비해 그 시기가 다소 늦으므로 쌍조의 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따라서 남당사는 쌍조의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질적 변화까지 살펴보는 데 가장 적합한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남당사의 대표 작가로는 풍연사(馮延巳, 903∼960), 이경(李璟, 916∼961), 이욱(李煜, 961∼975)을 들 수 있는데 창작 시기나 작품 수량 면에서 풍연사 사가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풍연사의 사는 모두 112수로 형식상 쌍조가 96수이고 내용상 주로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노래했다. 먼저 형식을 살펴보면, 풍연사는 쌍조를 운용할 때 상편과 하편의 결합 방식에 주의했다. 그는 상편과 하편에 각각 풍경과 감정, 낮과 밤, 과거와 현재 등 다른 장면을 설정하면서도 각 장면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로 인해 그의 사는 단절된 듯 연결되는 묘미가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그의 사는 여전히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는 화간사와 비슷한 점이지만 표현 면에서는 화간사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 준다. 즉, 화간사가 주로 여인의 용모와 복식을 객관적으로 묘사한다면 풍연사 사는 여인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는 데 치중하며, 화간사가 좁은 규방 안에 갇혀 있다면 풍연사 사는 드넓은 자연의 세계로 나아간다. 특히 그는 봄의 순환과 대비되는 인간의 유한성을 절감하고 인간의 존재론적인 비애를 노래하는데, 이로 인해 그의 사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더라도 보다 깊이 있는 슬픔의 세계를 보여 준다. 풍연사 자신의 감정을 노래한 사는 주로 술자리가 끝난 뒤 홀로 남아 느끼는 외로움과 슬픔, 불안함 등을 노래한 것으로 즐거움 속의 슬픔이라는 모순 심리를 드러낸다. 이로 인해 그의 사는 즐거울 때나 슬플 때나 모두 슬픔이 깊이 가라앉아 있는 ‘비애’의 절정을 보여 준다.
풍연사 사에서 인간의 존재론적 비애를 노래하거나 깊이 있는 슬픔의 세계를 노래하는 경향은 송대 안수(晏殊)와 구양수(歐陽修) 사에 각각 계승되었다. 안수 사는 존재론적인 비애를 극복하고자 때맞춰 즐겨야 한다는 급시행락(及時行樂)을 주장하는데, 인간의 존재론적인 비애를 인식한다는 점에서 풍연사 사를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구양수 사는 즐겁고 호쾌한 가운데 깊이 침잠해 있는 슬픔을 표현하는데, 즐거움 속의 슬픔이라는 모순 심리를 통해 감정의 깊이를 심화한다는 점에서 풍연사 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청대 유희재(劉熙載, 1813∼1881)는 ≪예개(藝槪)·사곡개(詞曲槪)≫에서 안수가 풍연사 사의 빼어남[俊]을 얻었고 구양수가 풍연사 사의 깊이[深]를 얻었다고 평했는데 안수와 구양수가 모두 북송사(北宋詞)의 대표 작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송사에 대한 풍연사 사의 영향력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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