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브라우닝 시선>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대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의 작품은 사랑, 죽음, 이별 등 다양한 삶의 형태를 담고 있어 주제와 제재의 다양성을 보여 준다. 또한 그의 시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시대적 배경도 그가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에 국한되지 않고 시간적으로는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그리고 공간적으로는 이탈리아, 프랑스, 아시아까지 광범위하다. 브라우닝은 자신이 열성적으로 탐구하고 모색한 시적 소재들을 고도의 기술과 구어체적인 스타일, 직접적인 것을 다루는 재질 등을 모두 포함하는 기법을 통해 묘사하려고 노력한 시인이다.
특히 오늘날 브라우닝의 명성은 모두 극적 독백(Dramatic Monlogue)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가 이루어 낸 극적 독백 수법은 브라우닝이 영시에 기여한 최대의 요소로 간주된다. 어떤 특정 상황에서 시인과는 다른 존재인 화자가 직접 발언을 하지 않는 청자에게 독백하는 형식으로 시가 진행되면서 화자의 내면 심리를 절묘하게 드러내는 이 수법은 그가 무의식적으로 포착한 개성 있는 인물의 인상을 격렬하고 생생하게 해 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브라우닝의 시적 발전 과정은 셸리와 같은 낭만주의적 직접 전달식의 태도에서 시작해서 희곡이 갖고 있는 극적 독백, 17세기 형이상학파 시인들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 기법, 구어체적인 시어 사용, 기상, 동음이의어의 말장난 등과 같은 20세기 영시의 특성으로 완성해 나갔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시대의 전통과는 다르게 우아한 운율과 고운 가락을 버리고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생생하게 나열해 부조화의 현실 세계를 실감하게 하는 현대적 수법을 구사한 현대적인 감수성의 소유자였다.
또한 브라우닝은 그의 시대에 야기되는 문제점들과 회의들을 시간이나 공간 측면에서 다른 시간, 다른 곳으로 옮겨 놓고 인물들을 고찰시킴으로써 우회적인 방법으로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의 문제점과 비인간적인 측면 내지는 속물근성을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력적이고 낙천적이며 예지자적인 시인인 그는 인생이란 즐거운 투쟁이며 이 세상의 불완전한 것들은 모든 것을 사랑하는 신의 섭리하에 다음 세상의 완전함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면서 자신의 시를 도덕적 강장제로 만들기도 했다. 그리하여 당대의 독자들은 그의 시가 일종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그를 인생의 교사로 여기기도 했다. 시작에 매우 능숙해서 시형의 변화도 내용에 따라 자유자재로 고안했던 그의 작품이 당대에 한창 인기를 끌다가 근래에 들어 그의 독창적인 난해성 때문에 등한시되고 있는 경향이 있지만, 그는 인간 삶과 인간성 탐구에 노력했던 시인으로 그의 작품에서는 이런 점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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