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발췌 허백당집> 조선 초기의 문신 성현(成俔)의 시문집을 국내 최초로 번역했다. 이 책은 시집 14권, 보집 5권, 풍아록(風雅錄) 2권, 습유 1권, 문집 14권, 합 36권 8책의 방대한 분량 중 시(詩)·악부(樂賦)·기(記)·서(序)·논(論) 등 여러 형식의 글 67편을 정선한 것이다. 박은, 양사언 등을 비롯하여 ≪허백당집≫의 저자인 성현 등 조선 초기 문사들을 주로 연구해 온 필자의 세심한 번역이 돋보이는 저서다. 중종조에, 당대의 문사들의 글이 사장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가문에서 소장하고 있던 그들의 글을 모아 관찬(官撰)으로 문집을 간행한다. 그때 간행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허백당집≫은 이후 소실과 중간을 반복하며 비서장본 등으로 이어지다가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에서 이조명현집(李朝名賢集)≫ 2집에 ≪부휴자 담론(浮休子談論)≫과 함께 영인하였다. 현재 알려진 가장 완벽한 판본으로 이를 저본으로 삼았다.
문학의 역량으로 강조한 ‘질서관의 확립’
한국문학사에서 이색(李穡), 권근(權近), 서거정(徐居正) 등의 맥락을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성현은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관료층 문인이다. 개국 초 문인들이 건국 사업에 주력했던 데 반해 그는 문학적 역량을 정치적·사회적 효용을 추구하는 데 기울였다. 그 실천적인 방법으로 내세운 것이 ‘질서관의 확립’인데 이는 <사물은 함부로 합칠 수 없음을 논함(物不可而苟合論)>에서는 신분적 질서관을, <악학궤범서(樂學軌範序)>에서는 예약에 의한 질서관을 강조한 것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또한 한편으로 ‘화(和)’라는 질서 속에 독자적 다양성과 개성을 강조했다.
다채롭고 풍부한 작품의 향연
성현의 문학은 다채롭고 풍부하다. 1천여 수에 달하는 시 작품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애민시(愛民詩)다. 중심이 되는 관료 문학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아울러 국속시(國俗詩)는 최치원(崔致遠), 이색의 뒤를 잇는 맥락에서 의미를 지닌다. ≪허백당집≫에 함께 수록된 ≪풍아록≫은 본래는 별도로 편집된 악부시집이었다. 창작의 예를 보이기 위해 지었다고 전하는 ≪풍아록≫은 유자광(柳子光)과 함께 ≪악학궤범(樂學軌範)≫을 편찬하기도 했던 성현이 음악에 대단한 조예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자전(自傳) <부휴자전(浮休子傳)>을 비롯한 성현의 다양한 문학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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