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단편집 초판본> 환상이 위대할수록 생활도 위대하다
이효석은 식민지 현실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시대 현실과 연관된 구체적 일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는 꿈과 몽상, 예술과 사랑을 옹호하며, 진부한 일상 속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꿈꿀 권리를 회복하고자 했다. 그의 문학에 드러난 탐미성, 환상성 등은 이러한 문학의 꿈꿀 권리를 강조하는 데 기여한다. 이효석은 식민지 현실 너머를 동경했으며, 이를 통해 현실을 미학적인 것으로 재구성하려고 했다.
작가는 그만의 독특한 미의식(낭만성·탐미성·환상성)으로 식민지 현실을 살아가는 한 방식을 보여주었다. 식민지 현실의 암울함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대신, 식민지 현실을 풍요롭게 가꾸고자 하는 개인적 욕망을 섬세하게 부조했던 것이다. 이효석이 ‘서구의 텍스트’나 ‘꿈꿀 권리’를 통해 현실을 ‘재발견’했듯이, 우리도 그의 문학을 통해 일제 말의 현실을 ‘추체험’할 수 있는 셈이다.
그가 재구성하려 했던 자연과 도시(전통과 서구)의 이미지는 미적 충동(탐미성·환상성)으로 충만해 있다. 개인의 꿈꿀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이 넘실거리는 욕망은, 암울한 식민지 현실을 견디게 한 힘으로 기능했기에 그만큼 소중하다. 고향과 직접적인 소통·교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적 가상’을 통해 이를 성취하려는 의지의 발현이었기 때문이다.
이효석의 문학은 인간의 근원적 속성인 꿈꿀 권리가 아름답게 직조되어 있는 한 편의 비단과도 같다. 그의 문학이 격변의 근·현대사 속에서 우리 문학이 소홀히 해온 결손 부분을 보충해 주고 있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이효석의 소설은 현실과 환상의 긴장으로 직조된다. 그의 소설은 도시와 농촌을 배회하면서 이국적(낭만적) 취향과 향토적 정서가 혼융된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에서는 목가적 자연을 그리워하고 농촌에서는 도시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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