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거장> 길가의 잔디풀이 누렇게 말으고 언덕위의 으악새 꼬리가 가을바람에 나부껴도 병정나간 언니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학교에 들어가 이태나 되는 동생 진(晋)이의 교복입은 앙장스런 모양도 보려오지 않습니다. 일본 깃빨 대신에 추녀끝에 태극기가 나부끼는 것도 보려오지 않습니다. 진이는 오늘도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로 점심을 대강 먹어치우고는 바구니 속에서 날밤 한줌과 가얌 한줌을 양복 주머니에 넣고 책상머리에 꽂아놓은 조그만 태극기와 붉은기를 한손에 몰아쥐고 언니를 마지하려 정거장으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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