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된다면, 곧장 군사를 물러 주십시오.”부덕한 부황의 죄를 씻기 위해화친혼의 재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기류희.그 상대는 기류가 짓밟아 온 나라, 온의 왕이었다.“늙어빠진 황제보다야 황녀 쪽이 볼모로 훨씬 값어치가 있겠군요.”마침내 기류를 흙발로 밟고 선 온은조.나락과도 같은 그의 까만 시선이 그녀의 앞길을 예견하는 듯했다.하지만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마음 단단히 드세요, 비.”죽을 때까지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해도황녀인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니까.“온은 그대에게 상냥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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