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전하, 이제 그만 놓아주세요 완결

전리품. 정통성 있는 혈통을 위한 도구.
반역을 성공한 펜릴에게 왕녀였던 아나이드는 딱 그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옛날에는 그녀와 연인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연기에 불과했다.
그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아나이드를 경멸했으니까.

설령 아나이드가 제 아이를 낳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정해둔 영역 안에서 왕비답게 구는 모습이 기꺼웠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내로서 영원히 그의 곁에 있을 것이니.

그는 아나이드를 눈에 담으며 생각했다.
앞으로도 자신이 그녀를 사랑할 일은 영영 없으리라고.

* * *

아나이드는 자신의 어깨에 올라와 있는 펜릴의 손을 치워냈다.
천천히, 그러나 깔끔히.

“전하.”
“…….”
“이제 그만 저를 놓아주세요.”

그리고 그녀는 덧붙였다.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최고의 후계자를 낳아드렸으니, 왕비로서의 제 역할은 끝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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