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백작과는 다르게 너는 제법 마음에 드는군. 이제부터 내 전속 시녀로 일하도록 해.”아버지의 도박 빚을 갚기 위해 들어오게 된 공작가.조용히 살려고 했던 일이 오히려 공작의 눈길을 끌어버렸다.날 바라보는 그의 형형한 눈빛에 움츠러든 순간, 전생을 떠올리고 말았다. 이곳이 19금 피폐 BL소설 속이라는 걸.그리고 내가 소설 초반에 감금된 수를 돕다가 죽어버리는 엑스트라라는 사실을. 살아남기 위해선 에밀리오를 외면해야만 했다.그런데 차갑게 대할수록 날 바라보는 에밀리오의 눈빛엔 기묘한 집착이 쌓여갔다.“저는 유티니 씨만 있으면 돼요.”에밀리오의 말을 단순히 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로 치부했다.결국 나는 탈출했다.원작을 비틀어 에밀리오 또한 도망치게 해주었으니, 어디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에밀리오는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숨어 사는 집까지 찾아왔다.*“네가 여긴 어떻게….”“왜,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왔어?”지옥 같은 곳을 탈출해서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던 에밀리오.그러나 정작 에밀리오는 의아한 내 물음에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뱉어냈다.“하루하루가 지옥 같더라도 나는 너만 곁에 있으면 괜찮다고 했잖아….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떠나서 나를 진짜 지옥 속에 살게 했어? 응? 유티…. 제발 대답해줘.”그는 단 한 번도 이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괜찮다고 웃거나, 내게 안겨 어리광을 부릴 뿐이었던 그였는데.“나한테서는 그렇게 도망쳐 놓고. 누구한테 가려고 했던 거야?”에밀리오가 나를 끌어당겨 구속하듯 꼭 안았다.“이제 다 상관없어. 다 잊어, 유티. 이제부터 네 곁엔 내가 있을 거니까….”나는 경악에 차 아무 말도 못 하고 에밀리오의 품 안에서 굳어버렸다.에밀리오가 속삭인 말은 절대 꽃사슴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영원히 함께야….”아무래도 꽃사슴수가 흑화한 것 같다. 아마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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