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요.”
이토록 쉽다니.
뱉어져 나온 목소리를 들으며 예인은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처음에는 은밀하게. 나중에 가서는 열렬히.
그와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어리석은 기대를 했었다.
믿음이 배반당하고 기대가 짓밟히는 게.
언제나 예인의 삶이었던 걸 잊은 채.
“다시 말해 봐. 잘못 들은 것 같으니까.”
분노는커녕 살얼음 같은 무표정만이 태헌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당신 하고 싶은 대로 이용했으니 이제 난 놔줘요.”
“날 사랑하잖아. 나 없이 어쩌려고?”
검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남자의 눈동자가, 확신 어린 어조가.
깊은 상실감을 불러왔다.
“사랑했죠.”
이제는 아니어야 한다.
가족이 되어 줄 아이에게 절대로 예인이 겪은 모욕과 고통을 겪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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