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만 날리던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에 어울리지 않는 고객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저기… 제가 이혼을 하고 싶은데….“
목소리만 들어도 강단도 패기도 없어 보이는 고객이라 이혼 소송도 불투명해 보였지만 채아는 어쩐지 이 의뢰를 저버릴 수 없었다.
구구절절한 사연의 의뢰인과 이혼을 준비하던 중 두 사람은 큰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서 깨어나 보니 채아는 사건을 맡긴 여인 권수련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죽지 않은 걸 확인했으니 회사로 돌아가야겠군."
익히 얘기는 들었지만, 남편이라는 놈이 참으로 부적격했다.
갱생은 글렀고, 의뢰인의 소원대로 이혼을 하리라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 * *
“아니. 그쪽은 저랑 입을 맞출 수 있어요? 키스도 못 할 것 같은 상대랑 어떻게 아기를 가져요? 말도 안 되지.”
누운 채로 천장을 보니 화려하게 반짝이는 크리스털 조명이 눈이 부셨다. 채아는 한 손으로 눈을 덮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요. 하선우 씨.
전 권수련도 아니고요.
“그게 뭐 대수야? 그냥 하면 되잖아.”
냉정한 대답과 함께 사락, 귓가로 옷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어떻게 그래요?”
다시금 채아의 고개가 흔들렸다. 난 못해요.
“너는 몰라도, 난 가능해.”
어쩐지 그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싶은 순간, 채아의 무릎을 벌리며 그 사이로 단단한 그의 허벅지가 맞닿아 왔다.
짧아진 거리만큼 하선우의 묵직한 체향이 훅 끼쳐 왔다. 지척에서 맡아지는 체향에 의아해하며 앞을 보려는 찰나.
“해야 한다면 해야지. 키스든 섹스든.”
서늘한 입술이 불시에 채아의 입술 틈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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