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화루. 수혁은 율혜의 행색을 다시 훑었다. 글쎄, 기생이라고 하기에는 차림부터 모자람이 다분했다. 머리를 올리지 않은 애기 기생쯤 되려나. 그러기엔 나이가 찬 것 같고. 언행 또한, 여느 기생과 같지 않고.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던 터라, 무릎이 접히면서 몸이 휘청였다. 수혁이 커다란 손을 뻗어 율혜의 팔을 낚아채 잡았다. 율혜는 제 몸을 휘어 감는 열기에 놀라, 저도 모르게 그 손을 뿌리쳤다. 수혁이 비어 버린 제 손을 꾹, 말아쥐며 물었다.
“내 수고로움도 피화루로 가서 보상을 받으면 되겠느냐.”
보호해야 할 아이가 없는 이상, 율혜는 이제 수혁의 눈이 두렵지 않았다. 제 다홍치마에 묻은 진흙을 툭툭, 털어 내며 대수롭잖게 대꾸했다.
“기루라고 해서 기생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하여?”
“나으리께서 원하시는 보상은, 제가 해 드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수혁이 픽, 가볍게 웃었다. 고작 아이 하나 지킬 때는 온 세상을 다 바꾸어 줄 것처럼 절절 기더니, 지금에 와서는 이리 당당하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눈앞에서 그 아이의 손목 하나 정도는 비틀어 줄 걸 그랬지. 그럼 이 눈에 눈물이라도 맺혀 뚝뚝 흐르는 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천한 기생년 주제에 고작 아이 하나 지켜 놓고, 온 세상 가련한 것들의 비호를 맡은 것처럼 당당한 검은 눈을 보자니 수혁의 심사가 뒤틀렸다.
제가 아는 사람과 닮았기 때문에.
이것이 결국 윤, 당신의 뜻입니까. 당신이 기어코 나를 여기까지 불러들였습니까. 수혁이 짧은 한숨 끝에 뒤로 돌았다. 참으로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계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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