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잠든 밤에

별도 잠든 밤에 완결

녹색 피치 위를 성실하게 뛰어다니던 남자는
하얀 꽃이 움트는 매화나무 아래 서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5년 전, 나는 남자의 눈부신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반짝이던 남자를 추락시킨 사람은 나였다.
그래서 이 정도 거리에서 남자를 지켜보고만 싶었다.

“교재 같이 봐도 돼요?”
하지만 남자는 길쭉한 손가락으로 내가 앉은 책상을 살짝 두드리고,

“별거 아니면, 저랑 오늘 같이 점심 먹어요.”
사슴 같은 눈망울로 밥을 먹자고 제안하고,

“맛있는 건 다 선배님 주고 싶어요.”
다 아는 것처럼 내 오른쪽에서만 말을 걸고,

“우리 집 갈래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허둥거리다가도,

“여기는 대흉근, 여기는 복직근, 여기는 대퇴직근.”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새까만 어둠을 뚫고 속삭인다.

“선배님은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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