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끌어다 놓은 사이.
그들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그랬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윤해서가 필요했다.
여자의 화상 자국 뒤에 숨겨진 비밀.
그 비밀을 캐내기 위해 문서후는 윤해서를 자신의 궤로 들였다.
“일부러 저를 집에 들이신 거죠.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시간 낭비 안 하고 좋았을 텐데요.”
서후의 시선이 해서의 맨몸을 느릿하게 훑으며 올라왔다.
“윤해서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윤해서랑 잠을 자고 싶었으면 진작에 해치우고도 남았다는 거야.”
열락에 뒤틀린 눈과는 달리 해서의 어깨를 감싸는 손길은 부드러웠다.
다 벗어 던진 옷을 다시 태연하게 입혀 주는 서후의 손을 가로막으며, 해서가 물었다.
“상무님이 이러려고 절 데려오신 게 아니면 도대체 이유가 뭔데요?”
“말했지 않나? 당신이 괜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버틸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소리 내며 가슴을 치고 울었으면 한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마음을 쏟아 내며,
네게 얽힌 모든 것을 털어내 주길 바란다.
“무너져요. 있는 힘껏.”
그래야 윤해서 네가, 네 속에 있는 비밀을 토해 내지.
그 비밀을 토해서, 부디 나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기를.
모든 걸 게워 낸 그 끝에서, 너도 나처럼 지겹게 내 생각만 해 보기를.
비밀보다 더 컸던 열락.
그 열락이 끌고 온 잔인하고도 뜨거운 인연들의 이야기, <열락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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